美 “日우익과 韓-中 포퓰리즘탓 갈등 악화”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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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태소위원회가 21일 개회한 ‘변화하는 일본’ 청문회에서 레너드 쇼파 버지니아대 교수(가운데)가 증언하고 있다. 자료 제공 문화일보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태소위원회가 21일 개회한 ‘변화하는 일본’ 청문회에서 레너드 쇼파 버지니아대 교수(가운데)가 증언하고 있다. 자료 제공 문화일보
미국 내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을 둘러싼 한일, 중일 간의 갈등은 3국 모두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나 주로 일본 정치인들이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가 20일 ‘변화하는 일본의 등장’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렇게 주장하며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청문회에는 미국 내 소장파 일본 전문가인 토머스 버거 보스턴대 교수와 레너드 쇼파 버지니아대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민족주의 분쟁=버거 교수는 동북아 민족주의 갈등의 뿌리를 일본이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동아시아로부터 유리(遊離)돼가는 과정에서 찾았다. 일본이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민족주의가 부상했다는 것.

그러나 버거 교수는 “일본인이 ‘과거’를 잊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일본 학생 대다수가 제국주의 만행을 학교에서 배우며 주변국에 사과와 보상을 했다는 것.

버거 교수는 우익이 군사주의적 애국주의를 고취하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이에 동조하는 역학구조가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이런 의도가) 한국과 중국 내의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적 힘에 맞물려 사태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쇼파 교수는 일본 정치인과 역사교과서 검정 책임자의 말과 행동이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직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버거 교수는 “이번 역사 갈등은 큰 흐름의 시작일 뿐”이라며 사안의 장기화를 예상했다. 그는 정부 관리 및 민간 학자가 참여하는 회의를 통한 시각차 좁히기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일본에는 (한국의 거듭된 사과 요구로) 사과피로증후군이 생겼다”며 “(일본은) 사과하고 (한국은) 그 사과를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독일 수준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한국인도 60년 세월이 흘렀음을 감안해야 한다”며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모든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미일동맹의 미래=버거 교수는 “(군대를 가질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전환을 반대하던 일본 내 사회당 및 공산당이 사실상 증발됐다”며 일본의 안보역할 증대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 자체의 완전 무장은 미국의 지지를 구하지 못해 오히려 일본 안보에 손해”라며 미국의존형 군사력 강화를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일본 내에서도 지나친 미국추종형 외교에 대한 반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일본이 미일동맹 때문에 볼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쇼파 교수는 일본 국내 정치지도의 변화를 분석하며 야당 내 신세대 정치인과의 관계 형성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보수적 자민당이 힘을 잃어간다”며 “2007년 총선에서 권력상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은 야당의 신세대 정치인과 관계 증진에 힘을 쓰라”고 권고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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