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날 없던 英왕실 결혼

  • 입력 2005년 4월 12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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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탕감받기 위해 사촌 캐롤라인 공주와 결혼한 조지 4세(왼쪽).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댔다. 사진 출처 위키페디아
빚을 탕감받기 위해 사촌 캐롤라인 공주와 결혼한 조지 4세(왼쪽). 첫 만남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댔다. 사진 출처 위키페디아
《한때 불륜관계로 지탄받았던 찰스 영국 왕세자와 커밀라 파커볼스 씨의 35년간의 사랑은 결국 합법적 결혼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과거 영국 왕실의 결혼이란 정치적 포석이 깔린 결합일 뿐 사랑의 완성이 아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최신호(18일자)는 기괴하고 때론 비극적 결말을 맞았던 결혼 생활과 따뜻한 러브스토리 등 명암이 엇갈렸던 과거 영국 왕실의 결혼사를 소개했다.》

▽조지 4세와 캐롤라인 공주=조지 4세는 왕세자 시절부터 방탕한 생활에 낭비가 심했다.

노름에도 손을 대 엄청난 빚을 진 그는 33세 되던 해인 1795년 황당한 제안을 왕실과 의회로부터 받는다. 그의 사촌인 독일의 캐롤라인 공주와 결혼하면 의회가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것.

잘 씻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던 캐롤라인 공주와 술에 빠져 살던 그의 관계는 처음부터 삐걱댔다. 역사는 그가 만취한 상태로 딸꾹질을 하며 결혼식장에 나타났다고 전하고 있다.

▽헨리 8세와 앤 볼린=헨리 7세의 둘째 아들이던 헨리 8세는 형이 요절하자 아버지의 뒤를 이었고 관습대로 형의 부인인 왕비 캐서린과 결혼했지만 아들이 없었다. 그 뒤 매혹적인 귀족 앤 볼린을 만나면서 이혼하고 볼린을 새 왕비로 맞았다. 로마 교황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가톨릭교회와 결별했고 1534년 수장령(首長令)으로 영국 국교회를 설립해 종교개혁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볼린도 왕에게 아들을 안겨 주지 못했다. 볼린은 왕비로 지낸 지 1000일 만에 간통죄 혐의로 사형당했다. 그가 후세에 ‘1000일의 앤’으로 불린 이유이기도 하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물론 결혼 후 깊게 사랑하게 된 러브 스토리도 있다. 1840년 사촌인 색스코버그 고터가(家)의 앨버트 공과 결혼한 빅토리아 여왕이 대표적 케이스.

정략적인 결혼이어서 둘 다 처음에는 애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앨버트 공의 조언과 성실한 외조에 빅토리아 여왕도 마음을 열고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됐다. 1861년 남편이 42세의 나이로 죽자 여왕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수년간 모든 국사에서 손을 떼고 버킹엄 궁전에 은둔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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