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1976년 노벨문학상 수상 美 소설가 솔 벨로 타계

  • 입력 2005년 4월 6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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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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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인이다. 나는 저 음침한 도시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규칙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덤벼든다. 나는 내 방식대로 기록할 것이다.”

유대계 미국 작가 솔 벨로(89)의 대표작 ‘오기 마치의 모험’(1954년)에 나오는 주인공의 독백.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듯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 문학계의 한 축을 이뤘던 벨로가 5일 매사추세츠 주 브루클린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그의 작품은 익숙함을 파괴하는 ‘독창성’으로 유명했다.

‘오기 마치의 모험’은 시카고 출신의 가난한 유대계 청년이 20세기의 세계를 헤쳐 나가는 한편 그것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성장 과정을 그린 피카레스크 소설. 주인공의 모험을 에피소드처럼 펼쳐나간 벨로의 이 소설은 형식에 몰두했던 당시 문단 풍토에 대한 반항이었다.

또 그의 작품은 현대인의 영혼이 방황하는 내용을 그린 우울하고 희화적인 소설로 유명하다. 그런 작품 성향은 가난과 불황,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어두웠던 벨로의 청년기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그는 훗날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이 시기에 도서관을 드나들고 책을 읽으며 지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벨로는 1915년 캐나다 몬트리올 외곽의 소도시 라신에서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 부부의 4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솔로몬 벨로스(Solomon Bellows). 하지만 9세 때 가족이 시카고로 이주하면서 ‘솔리’라는 애칭으로 불렸고, 1944년 첫 작품을 출간하면서 이름을 ‘솔’로 바꾸었다.

시카고대와 노스웨스턴대에서 인류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전미도서상을 세 차례나 거머쥐었다. 1954년엔 ‘오기 마치의 모험’으로, 1965년엔 ‘허조그’로, 1971년엔 ‘새믈러 씨의 혹성’으로 각각 수상했다. 또 1976년에 ‘훔볼트의 선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현대문화에 대한 섬세한 분석’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비평가들은 말한다. “20세기 미 문학은 윌리엄 포크너와 솔 벨로라는 두 개의 등뼈로 지탱돼 왔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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