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美 고교교육제도 고쳐야”

  • 입력 2005년 2월 28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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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입학생 100명 가운데 대학 진학자는 30명 선이지만, 그나마 6년 내에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은 18명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사진)이 뒤떨어진 미국 고교의 경쟁력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26, 27일 워싱턴에서 미국 50개 주 주지사 협의회가 주최한 제5회 ‘전국 교육정상회의’에 기조연설자로 초대된 자리였다.

그는 “현재의 고교 교육제도는 50년 전 쓰임새에 따라 설계된 것으로 쓸모없고 낡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낙후된 고교 교육제도가 미국의 경쟁력 하락과 불평등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인도와 미국의 고교를 비교해 보면 미래 미국 근로자의 수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또 “미국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지만, 도시와 농촌을 가릴 것 없이 교육환경이 나쁜 학군에 있는 수백만 명의 학생은 교육제도 실패로 외국 학생보다 뒤처진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이어 “당장 각 학교가 인종별 소득계층별 졸업자 비율을 공개해 학교교육이 어떻게 미래의 불평등을 낳는지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층 백인 자녀는 고급수학을 배우고, 저소득층 소수인종은 개인수표 사용법(에 필요한 산수) 정도만 배우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기 올해 15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는 즉석 약속을 내놓았다. 그의 이름을 딴 게이츠 재단은 최근 5년간 전체 고교의 8%에 해당하는 약 1500개교에 7억3300만 달러(약 7330억 원)를 지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의무교육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고교생의 자퇴율은 32%로 선진 20개국 가운데 5번째로 높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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