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향력 있는 美여성 CEO 피오리나 사임

  • 입력 2005년 2월 10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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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가'로 꼽혀온 휴렛패커드(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 겸 최고경영인(CEO)이 실적부진으로 전격 사임했다.

5년반동안 이 회사를 이끌어온 피오리나 회장은 2002년 주주와 중역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190억달러를 들여 컴팩 컴퓨터를 인수해 찬사와 비판의 극단적인 평가를 받아오다 결국 이사회에 의해 사임을 요구받고 회사를 떠났다.

피오리나 회장은 사퇴성명을 통해 "경영전략 실천 방법과 관련해 이사회와 이견이 있었지만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에겐 2100만달러(약 215억원)의 퇴직수당이 주어진다.

HP 이사회는 로버트 웨이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시 CEO를 맡게되며 새로운 CEO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CEO 후보로는 마이크 자피로프스키 전 모토롤라 최고운영책임자(COO), 컴팩 CEO 출신인 마이클 카펠라스 MCI CEO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웨이먼 임시 CEO는 "회사를 분리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전략 변경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HP가 이익을 많이 내는 프린팅 부문을 별도회사로 분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피오리나 회장 취임 이후 63% 하락했던 HP 주가는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9일 한때 10%까지 올랐다가 7% 오른 주당 21.53달러로 마감됐다.

피오리나 회장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정보기술 분야의 CEO들의 리셉션과 디너파티에 돌연 불참해 사내 지위에 변동이 있을 것이란 루머가 돌았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 저널이 이를 보도하자 그는 "추측기사"라고 부인하고 회사와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말했었다.

실제로는 HP 이사회가 작년 하반기부터 피오리나 회장의 경영전략에 본격 우려하기 시작했고 1월12일에는 전략변경을 요청했다가 피오리나 회장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0일 전했다. 이에따라 피오리나 회장을 배제한 채 열린 6일밤 특별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이사회는 7일 피오리나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HP 공동창업자의 아들인 월터 휴렛 등 주주들의 반발을 누르고 피오리나 회장이 밀어부친 컴팩 합병의 결과 HP는 기업서비스 부문에서 IBM, 개인컴퓨터 부문에선 델, 디지털카메라에선 코닥, 복사기 시장에선 제록스와 각각 첨예한 경쟁관계에 빠졌으나 합병을 주장하면서 약속한 만큼의 실적을 내는데는 실패했다.

피오리나 회장은 2003년까지 6년 연속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가' 1위에 올랐다가 2004년에는 멕 휘트먼 이베이(E-bay) CEO에 밀려 2위를 차지했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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