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 국회답변 성실히 하시오”

  • 입력 2005년 2월 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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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농담조 답변을 일삼아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당내에서 경고를 받았다.

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의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은 1일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총리 측근을 통해 “국민이 알아듣기 쉽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총리가 국회 답변을 신중하고 성의 있게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평소 일문일답식으로 진행되는 국회 질의응답에서 말장난을 연상시킬 정도의 불성실한 답변을 하는 수가 많아 자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민당 간사장이 이례적으로 총리의 답변 자세를 문제 삼은 것도 당내 비판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 특유의 답변 가운데 압권은 지난달 2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나왔다. 간 나오토(菅直人·전 민주당 대표) 의원이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관해 물었을 때였다.

간 의원: 올해는 야스쿠니 신사에 언제 참배하는가.

고이즈미 총리: 적절히 판단해 나가겠다.

간 의원: 안 갈 수도 있단 말인가. 시기만 적절히 판단하겠다는 뜻인가.

고이즈미 총리: 적절히 판단해 나가겠다.

간 의원: 가고 안 가는 문제까지 포함해서 판단하겠다는 말인가.

고이즈미 총리: 적절하게 판단해 나가겠다.

간 의원: 적절이란 무슨 뜻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 적절은 적절이다.

평소 고이즈미 총리는 답변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가면 야당의원들이 들끓는 모습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 싱글거리곤 한다. 야당의원들은 “역대 총리 중 국민을 이렇게 바보 취급하는 총리가 있었느냐”며 분통을 터뜨려 왔다.

1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정권 출범 후 최저인 33%대까지 떨어졌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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