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윅스터族…인생고민-책임감 “NO”

  • 입력 2005년 1월 17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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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반 만에 미국 조지아대를 졸업한 27세의 매트 스완 씨는 2002년 몇 개월을 놀다 집 근처의 식당에 웨이터로 취직했다. 현재는 경영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시카고에 사는 엘런 씨는 1996년 이후 직장을 17번이나 옮겼다. 24∼28세의 또래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3번 이상은 밤에 나가 놀고 결혼은 꿈도 꾸지 않는다.

벌이는 시원치 않지만 이들에게 인생에 대한 고민은 없다. 부모에게 얹혀살면 되기 때문이다.

타임 최신호(24일)는 이들처럼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새로운 종족, 트윅스터(twixter·between의 고어인 betwixt에서 나온 말)’가 지구촌 도처에 출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윅스터’는 가정을 꾸리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살며, 직장을 갖지 않거나 갖더라도 금세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성인이지만 말투와 옷차림, 노는 방식은 10대와 다름없다.

10년 전만 해도 이들은 ‘X세대’로 치부됐다. 그러나 이제는 일시적 유행이나 한 세대의 돌출적인 행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학 졸업을 최대한 늦추며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편입되면서 져야 하는 책임감을 거부하는 중간 단계가 생겨난 것. 미시간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1970년만 해도 부모와 함께 사는 26세의 자녀는 11%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20%로 2배 가까이 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을 성인으로 키우는 사회의 도덕적 중추와 경제 체제가 망가진 결과라고 경고한다. 청년 고용시장이 붕괴되면서 대학 졸업장만으로 직장을 잡기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대학 교육이 직업 현장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것.

이런 현상은 비단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등 선진 각국에서도 번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트윅스터들이 ‘무책임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삶의 방향과 의미를 모색하는 긍정적인 시기를 보낸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최고로만 키운 대졸 자녀가 방에 틀어박혀 장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훌쩍이며 우는 모습을 볼 때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충격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타임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자녀가 11세가 되면 구체적인 취미를 개발하도록 하고 협동, 의사소통의 문제를 관찰할 것 △좋은 대학에 입학하라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직업 생활의 실제에 대한 규칙적인 대화를 할 것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값비싼 물건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말 것 △게임, TV 시청 등 수동적 놀이시간을 엄격히 제한할 것 등이다.


박혜윤 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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