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의료혜택 폐지에 화난 노인들 모스크바 ‘접수중’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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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라고….”

러시아 노년층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새해부터 대중교통 무료 이용과 의료비 보조 등 각종 혜택을 폐지 또는 축소했기 때문이다.

신년 연휴가 끝난 10일부터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전국 곳곳에서 수만 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10일에는 수백 명이 모스크바 근교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시위를 벌여 여객기 운항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러시아 당국은 시위를 강제 해산하고 주동자를 구속하는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노심(老心)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 의회와 정부는 지난해 말 사회주의 체제의 유산인 각종 혜택이 지나쳐 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며 혜택 축소를 결정했다. 장애인 재향군인 학생 등의 혜택도 줄었지만 가장 타격을 받은 계층은 한 달에 100∼200달러의 연금으로 살아가야 하는 노년층.

러시아 의회는 입법 과정에서 의원과 의원 보좌관에 대한 특혜는 그대로 남겨 둬 “뻔뻔스럽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인들은 당장 대중교통 요금부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 승차권은 10루블(약 370원) 안팎이지만 연금생활자들에겐 너무 높은 수준이다.

60대 이상 노년층에는 야당인 공산당 지지자가 많다. 그래서 “집권세력이 평소 미웠던 노년층을 다 죽게 만들었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유명무실하던 전국연금생활자당은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내각 사퇴와 각종 혜택의 부활을 요구하고 나섰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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