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뉴욕영웅 ’소방관 엥겔드럼, 이라크서 쓰러지다

  • 입력 2004년 12월 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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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의 영웅, 이라크서 쓰러지다….’

미국 뉴욕의 9·11테러 때 무너진 잔해 속에서 많은 생존자를 구해내 ‘뉴욕의 영웅’으로 불렸던 소방관이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뉴욕 시 소방관인 크리스 엥겔드럼 씨(39·사진)는 이라크에 파견돼 바그다드 외곽의 다리를 지키다 팔루자에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뉴욕 소방관들은 전시 비상 동원 체제에 따라 103명이 차출돼 이라크에 파견됐다.

같은 뉴욕 시 소방관 출신인 대니얼 스위프트 씨(24)도 함께 다리를 지키다 사망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그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우리를 위해 뉴욕의 거리에서 매일 목숨을 걸었던 영웅들이 이라크에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애석해 했다.

엥겔드럼 씨의 부인은 블룸버그 시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뜻밖의 징집 통보를 받고도 “할 일은 해야 한다”며 의연한 모습으로 이라크로 떠났다며 부인은 울먹였다.

두 아들을 둔 엥겔드럼 씨가 숨진 날은 마침 둘째의 생일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그는 1986년 육군에 입대해 공수사단 소속으로 제1차 걸프전에 참가했다. 전쟁에서 돌아온 뒤 뉴욕 시 경찰로 일하다 1997년부터 소방관으로 활동했다.

그가 근무했던 브롱스 소방서는 그가 9·11테러 참사 현장에서 썼던 헬멧과 제복을 성조기와 함께 벽에 걸고 애도를 표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평소 엥겔드럼 씨의 희생정신과 성실한 자세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였다”며 슬퍼했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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