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4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위독하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70대 노인에서부터 여섯 살 어린이까지 40여명의 지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과 아라파트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저마다 아라파트의 병세를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집회 참석자 중 몇 명이 부지런히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병원 담장과 바닥에 아라파트 사진을 놓더니 어느 사이에 그 주위로 하트 모양의 촛불 잇기를 완성했다. 그 뒤로는 대형 팔레스타인 깃발이 담장을 덮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당신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있습니까?”
한 팔레스타인 여성에게 심정을 묻자 이렇게 되물었다. 그의 뒤편 종이상자 위에는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의 상징’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한 쪽의 ‘프랑스에 헤아릴 수 없는 감사를’이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 팔레스타인협회연합의 사프와트 이브라힘 이브라기트는 “만약 아라파트가 숨진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제2의 아라파트를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후에도 대(對)이스라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단호한 표현이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아라파트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어려서부터 그의 사진을 보고 자랐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역사”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