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라파트 준비 돌입]“이스라엘과 평화공존 하자”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44분


아바스 전 총리
아바스 전 총리
《중동에서 ‘포스트 아라파트(아라파트 이후)’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선수를 친 쪽은 이스라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1일 ‘포스트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5)이 프랑스 파리로 떠난 지 사흘 만에 ‘아라파트 이후’를 처음 거론한 것이다.》

▽혼란의 소용돌이로=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아라파트 수반의 갑작스러운 사망. 확실한 후계자 없이 그가 사망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권력투쟁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이 내심 대화상대로 여기는 마무드 아바스 전 총리, 아메드 쿠레이 총리, 살림 알 자아눈 자치의회 의장 등이 자치정부의 지도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강력한 지도력이 하마스 등 무장단체를 견제하지 못하면 유혈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9월까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을 철수하기로 한 샤론 총리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후계자 연착륙=아라파트 수반이 지난달 29일 파리로 떠나자 아바스 전 총리와 쿠레이 총리가 팔레스타인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31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함께 주재했다.

하지만 실질적 권력기구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를 통제하게 된 아바스 전 총리에게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그는 40여년간 아라파트 수반의 정치적 동지이자 오른팔이며 2인자였다. 이스라엘 정책을 둘러싸고 아라파트 수반과 불화를 빚어 취임 5개월 만인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달 화해하면서 또다시 ‘아라파트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아바스 전 총리는 아라파트 수반의 그늘에 가려 팔레스타인 내부에선 대중적 인기나 카리스마가 떨어지지만 PLO 사무총장과 파타운동 부대표 등 화려한 경력과 아랍지도자들과의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한 외교력이 강점이다. 이스라엘과 평화공존을 주장해 온 그가 실권을 잡으면 평화회담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꺼지는 불꽃이 될까=아라파트 수반이 복귀한다 해도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면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을 평화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귀향을 막는 공작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라파트 수반이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중동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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