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교-안보 새팀 짰다…각료 11명-당3역 교체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45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집권 후반기를 이끌 새 내각과 집권 자민당의 새 집행부가 출범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27일 전체 각료 17명(겸임 포함 21석) 중 11명을 교체하고 집권 자민당의 당 3역 전원을 바꾸는 대규모 개각 및 당직개편을 단행했다. 최근의 경기회복 기조가 반영돼 경제부처의 주요 각료들이 유임됐으나 외교안보 분야는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郵政) 민영화를 포함해 개혁정책을 가속화하는 데 적합한 진용”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언론들은 “충성도를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함량미달의 인물이 다수 포함된 경량급 내각이 됐다”고 분석했다.》

▽고이즈미 친정체제 강화=자민당 당직은 2인자격인 간사장에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전 농림수산상, 정조회장에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전 통산상, 총무회장에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간사장 대리가 각각 임명됐다. 3명 모두 고이즈미 총리가 속해 있는 모리(森)파 소속이 아니지만 정치적 야심이 없는 편이어서 당을 총리의 의중대로 끌어가기에는 적임이라는 평가.

다케베 간사장의 경우 돌출행동이 잦아 요직에 기용되지 못했으나 당내에서 반대론이 거센 우정 민영화와 관련해 찬성론을 적극 펴 고이즈미 총리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에서도 껄끄러운 인사는 배제되고 고이즈미 총리와 호흡이 맞는 인물들이 중용됐다. 대학교수 출신으로 고이즈미 내각의 금융개혁을 주도해 온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상은 우정개혁담당상까지 겸임하면서 현 내각의 최장수 각료가 됐다.

▽강등되고도 웃는 아베 전 간사장=이번 개편의 최대 화제는 대북한 강경파로 국민적 인기가 높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간사장의 강등. 참의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그는 간사장 대리로 한 단계 ‘강등’되는 형태로 지도부에 남았다.

정계 소식통은 그를 자민당의 간판이자 차기 총리감으로 키우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배려라고 분석한다. 당의 요직에 남겨 정계에서 영향력을 키울 여건을 마련해준 뒤 기회가 되면 언제든 무대 전면으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아베 간사장 대리는 ‘당개혁 추진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당 개혁과 선거준비, 자금관리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상-방위청장관의 취임 일성은 ‘개헌’=외교안보 분야의 양대 축인 새 외상과 방위청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전력(戰力) 보유와 무력행사 등을 금한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했다.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방위청장관은 “국회 헌법조사회가 헌법논의를 충분히 해 집단적자위권의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으면 한다”며 “헌법 해석으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쪽은 소수파”라고 말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도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과 관련해 “일본의 국제 평화활동을 명확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전 외상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가 외교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으로 임명된 점을 들어 새 장관들의 행보가 제약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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