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우승 대만 천스신 국기-국가 없는 올림픽金

  • 입력 2004년 8월 27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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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우승한 대만의 천스신이 시상식에서 대만 국기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기가 게양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에서 우승한 대만의 천스신이 시상식에서 대만 국기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기가 게양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
“나는 대만에서 왔습니다(I'm from Taiwan).”

27일 20분 간격으로 대만에 올림픽 사상 첫 번째와 두 번째 금메달을 안긴 태권도 여자 49kg급의 천스신(陳詩欣·26)과 남자 58kg급의 주무옌(朱木炎·22).

이들은 꿈에도 그리던 금메달을 안았지만 정작 시상식에선 ‘나라 잃은 설움’에 목이 멨다.

대만 국기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 깃발이 게양되고 국가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국기가(Song of the national flag)’가 연주되자 눈물을 쏟아낸 천 선수는 기자회견장에서도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외국기자단이 행여 중국 선수로 오인할까봐 주 선수가 직접 영어로 “I'm from Taiwan”이라고 말했을 때는 회견장에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대만은 국제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가명도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나 ‘대만(Taiwan)’ 대신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표기해야 한다.

두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대만의 영웅. 그러나 금메달을 딴 기쁨보다 금메달을 따고도 조국의 국기와 국가를 자랑할 수 없는 설움이 더 큰 것 같았다.

특히 천 선수는 비행소녀 출신. 결승전이 끝난 뒤 한국인 이동완 코치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천 선수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대만 주요일간지는 이날 천 선수가 어두운 과거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얘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는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로부터 태권도를 배워 14세 때 사상 최연소 월드챔피언에 올랐지만 17세 때 가출했다. 3년간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TV에서 부모를 모시려다 이미 때가 늦어 후회하는 불효자의 얘기를 보고 아버지의 생일에 맞춰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 다시 마음을 추스른 천 선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지난해부터는 이 코치의 집중 지도를 받았다.

국내외 대회 23연승을 달리고 있는 주 선수는 2002 부산 아시아경기 때 한국 대표팀 코치였고 현재 대만국립대학 코치인 조임형씨가 길러낸 선수.

한편 대만의 올림픽 쾌거가 전해지자 중국올림픽위원회 구야오밍(顧耀銘) 비서장은 대만올림픽위원회 황다저우(黃大洲)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양안 동포의 기념비적인 행사”라며 축하했다.

아테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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