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통역병에 폭행당했다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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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이 나에게 반역자, 스파이라고 말하는 것에 화가 치밀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현장에서 이라크 출신 미군사병 사미르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사미르가 최근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당시 상황.

2003년 12월13일 토요일 오후 8시. 사미르는 제4사단 1여단의 최정예 특공대원 600명과 함께 티크리트에서 16㎞ 떨어진 아드드와르의 한 외딴 농가를 수색했다. 후세인의 전 경호원이 은신처를 제보한 것. 경호원이 가리키는 곳을 파자 깊이 2m 정도의 직사각형 땅굴이 발견됐고, 특공대원들이 동굴 안에 총을 쏘자 후세인은 "쏘지 마, 나를 죽이지 마, 쏘지 마"라를 연발했다.

사미르는 그가 후세인임을 직감했다. 후세인도 "나는 사담 후세인이다"고 말한 뒤 영어로 "미국이, 왜?(America, why?)"라는 말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그러나 부대원들은 모습이 너무 남루해 후세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사미르는 화가 치밀어 후세인에게 "당신은 스스로 영웅이자 아랍 국가의 지도자라고 부르지만 아무 것도 아니다. 당신이 진짜 남자라면 자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후세인은 "너는 배신자"라고 말했고 흥분한 사미르가 주먹으로 후세인의 얼굴을 강타했다는 것. 사미르는 후세인의 수염도 붙잡아 당겼다. 체포 직후 공개된 후세인의 얼굴 사진에는 폭행흔적으로 보이는 의문의 상처가 있었다.

시아파 출신인 사미르는 1991년 걸프전 때 반 후세인 봉기에 참여했다가 이라크를 탈출, 미국에 정착한 뒤 통역병으로 지난해 4월 이라크에 파병됐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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