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美서 ‘안타까운 죽음’…말 안통하고 의료보험 안돼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59분


코멘트
미국 뉴욕에서 한국인 환자가 돈이 없고 말이 안 통하는 바람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숨졌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자녀교육을 위해 10개월 전 미국에 간 문철선씨는 뇌출혈로 플러싱병원 응급실을 거쳐 뇌출혈 전문병원인 자메이카병원으로 실려갔다. 하지만 단층촬영을 한 뒤 72시간 동안 기다리라는 말만 듣다가 6월 9일 퇴원 지시를 받았다.

이후 두 차례 더 병원을 찾았지만 영어를 거의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두 번째 병원을 찾았을 때 병원비 4500달러를 부담하라는 통보를 받고 경제사정 때문에 그 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병원측은 “6월 21일 추가 단층촬영 결과 이상이 없었다”면서 “6월 30일 의사와 약속이 잡혀 있었으나 문씨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씨는 7월 6일 극심한 두통으로 플러싱병원을 거쳐 브루크데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미국에선 문씨처럼 의료보험 미가입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퇴원 지시를 받으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문씨 부인은 극빈자 의료보호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지만 자신 및 자녀들의 체류에 영향을 미칠까봐 신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문씨의 죽음이 병원들의 진료 거부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에게는 제구실을 못하는 미국 의료체계의 허점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