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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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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福岡)현 구루메(久留米)시 교육위는 올해 3월 말과 4월 초 관내 초중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에 직원을 보내 ‘기미가요’ 제창 소리의 크기를 조사했다고 도쿄신문이 1일 보도했다.
27개 초등학교와 13개 중학교를 상대로 ‘기미가요’ 제창 소리를 대 중 소로 나누어 분석했다는 것. 노랫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단계인 ‘소’로 분류된 학교는 2개 초등학교와 4개 중학교로 시교육위는 이들 학교에 대해 “기미가요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교육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렸다.
시교육위가 전례 없이 ‘성량 조사’를 실시한 배경에는 시의회 내 보수우익 성향 의원들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의원 36명 가운데 18명의 보수 성향 의원들은 연명으로 ‘구루메시의 교육정상화를 바란다’는 청원서를 시에 제출해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을 철저히 감독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시는 조사를 실시해 시의회에 보고하면서 “중학교의 경우 지난해보다 목소리가 상당히 커지는 성과를 올렸다”고 자화자찬까지 곁들였다.
일본 정부는 1999년 국기·국가법을 시행하면서 학교 졸업식이나 입학식, 기타 주요 행사 때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교원노조를 비롯한 일부 교육계 인사들은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경례나 국가 제창, 기립 등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어긋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과거 침략전쟁을 일으킨 ‘대일본제국’의 상징인 일장기와 기미가요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재탄생한 일본의 상징물이 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이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극우단체의 테러와 협박을 우려해 공개적인 의사 표시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천황을 찬미하는 기미가요의 가사는 1절로 놔두고 자유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는 2절을 따로 만들어 부르자는 제안도 하고 있지만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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