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의 나라 미얀마 “밀수 때문에…”

  • 입력 2004년 5월 2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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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고크(Mogok) 루비를 아시나요.’

모고크 루비는 미얀마(옛 버마) 북부 모고크 광산에서 나오는 세계 최고 품질로 알려진 루비. 최상급은 다이아몬드보다 비싸 ‘꿈의 보석’으로 불린다.

모고크 광산은 이미 원석이 바닥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금도 지하 깊숙한 곳에서 원석이 채굴된다. 다만 ‘지하 깊숙한 곳’에서만 거래될 뿐이다.

▽90%가 지하에서 거래=밀수조직들은 잘 짜여진 네트워크로 전달받은 루비를 각지로 공급한다.

중간상은 공기업 형태인 루비 광산에서 ‘돈 밝히는’ 관료로부터 싼값에 루비를 넘겨받아 밀수조직에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국제 보석경매상인 마인트 다인은 “모고크 루비는 꾸준히 거래되지만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는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얀마의 공식 보석류 수출은 연간 3000만달러. 하지만 통계에 잡힌 거래는 전체의 10%에 불과하고 90%는 지하경제로 숨어들어 갔다.

▽재미 보는 주변국가=최근 국경 경비가 강화되자 밀수꾼들은 루비를 입으로 삼키고 접선장소에서 ‘배설’하는 수법을 이용하는 등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

1988년 권력을 장악한 미얀마 군사정권은 ‘옛 동지’인 산악 반군을 달래기 위해 200여개 루비광산 운영권을 맡겨 대량 밀거래를 자초했다.

밀수로 골머리를 앓자 정부는 루비 가공품 수출에 눈을 돌렸지만 수입국들이 관세를 최대 200%까지 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 인도 태국 등 주변 국가들은 싼값에 루비를 손에 쥘 수 있는 밀수를 더 원하기 때문. 재주는 미얀마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꼴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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