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1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경단련의 ‘정치 행보’는 도요타자동차 회장이기도 한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의 뜻이 대폭 반영된 것. 하지만 정치자금은 제공하되 정치 현안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일본 재계의 기존 입장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오쿠다 회장은 27일 정기총회에서 재선출돼 앞으로 2년간 경단련을 이끌게 된다.
▽“정치와 경제는 한몸”=경단련은 이날 총회에서 현행 헌법의 개정과 무기수출 3원칙의 수정 등 안전보장과 관련된 문제를 검토하는 ‘국가기본문제 검토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올가을 재계의 개헌안 초안을 발표하는 한편 외교 안보분야의 정책 대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오쿠다 회장은 “현재 일본을 둘러싼 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헌법을 포함해 일본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단련이 세제 재정 연금 등의 개혁에 제 목소리를 낸 적은 있지만 헌법 개정이라는 ‘국체(國體)’의 문제에까지 손을 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정치와 경제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해온 오쿠다 회장의 지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해석한다.
1955년 도요타의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1995년 도요타 집안사람이 아닌 인사로는 처음으로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된 뒤 체질 개혁을 주도해 글로벌 기업의 토대를 닦았다. 지난해 3월엔 정부의 구조개혁이 부진하자 “내가 총리라면 담당 장관의 사표를 받을 것”이라고 일갈하는 등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 발언으로 국민적 인기도 높은 편이다.
▽‘신금권정치’ 우려=경단련의 정치색 강화는 경기회복으로 재계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일본 내 정치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적극적인 데다 여론도 우호적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재계까지 개헌 논의에 뛰어들겠다는 것.
경단련은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재계 입장을 대변할 인물을 자민당의 비례대표로 추천하기로 했다. 또 올해 40억엔의 정치헌금을 모아 정당별로 차등 배분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재계가 정치현안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금권정치라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등 일제의 침략을 받은 아시아권에서 일본 기업의 비즈니스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