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연설 속내는?

  • 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0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4일 밝힌 이라크 정권 이양 계획은 그동안 밝혀온 내용들을 '5단계 계획'으로 새롭게 포장한 셈이다.

새로운 것이라면 교도소를 새로 지은 뒤 포로 학대 사건으로 악명 높은 아브 그라이브 교도소를 철거하겠다는 정도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이라크 상황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를 해소해 여론을 반전시킴으로써 추락하는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선거용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정권 이양 때까지 다섯 차례나 더 연설할 예정이다.

이날 연설은 CNN과 FOX 등 뉴스채널만 생중계를 했고 NBC, ABC, CBS 등 3대 지상파 방송은 생중계 대신 예정된 프로그램을 내보낼 정도로 언론의 관심도 크지 않았다.

▽주요 연설 내용=예정대로 6월 30일 과도통치위원회 활동을 끝내고 이라크 임시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며 내년 1월 총선을 실시한 뒤 헌법 제정 국민투표를 거쳐 내년 말 새 헌법에 의한 항구적인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권 이양과 함께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이 본격 활동을 개시하며 미국은 전문가들을 통해 이라크 장관들을 돕게 된다고 부시 대통령은 밝혔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 총리가 26명의 각료로 구성되는 내각을 이끌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임시정부의 책임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라크 안정과 안보를 위해 미군은 유엔의 승인을 받은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계속 남겠지만 결국 이라크 보안군이 안보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 터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참석해 이라크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유엔 이라크 결의안 초안=미국과 영국은 이날 이라크 주권 이양 일정과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이라크 임시정부의 동의를 조건으로 계속 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이라크 특사의 보고서 제출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초안에 대한 구체적 협의나 채택 여부는 이달 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히미 특사의 보고서는 어떤 형태의 이라크 정부가 주권을 이양받고 내년 1월 총선을 주관할 것인지와 연합군 철수 시한 등이 주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망=부시 대통령은 정권 이양을 전후해 저항세력의 활동이 더욱 활발하고 잔인해질 것이라며 향후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인정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13만8000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현지 군 지휘부의 요청이 있으면 추가 파병도 할 것임을 시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과연 정권 이양 후 일정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아울러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이라크에서 복무하는 우리 장병은 머지않아 귀국길에 오를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조기 철수가 현실화할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유엔의 새로운 이라크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 미국의 계획은 상당한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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