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된 버그 누구인가]모험 즐긴 통신기술자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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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단체에 무참히 살해된 미국 청년 니컬러스 버그(26)는 유대교를 믿는 통신용 안테나 기술자. 개인 사업을 위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월 1일까지 이라크에 다녀온 뒤 3월 다시 이라크에 들어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난달 6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소식이 끊긴 상태였다.

부친인 마이클 버그는 자신의 아들이 깃털이 달린 유대교 예배복을 갖고 있었다면서 “무장세력은 니컬러스가 유대교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니컬러스씨가 이라크에 체류한 이유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지지하고, 전쟁을 찬성했던 본인의 이념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니컬러스씨는 2000년 공화당 필라델피아 전당대회 행사장의 전기 전자 장비를 도맡아 설치한 적도 있다.

무려 4곳의 대학을 다닌 끝에 졸업한 뒤 통신장비 업체를 차린 그는 주로 제3세계를 찾아다녔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마을 주민들에게 벽돌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는 것.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가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가진 유일한 재산이 배낭과 옷가지뿐이었다며 “아들이 무척 야위어 이유를 물어보니 ‘가져간 식량과 돈을 몽땅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아버지는 또 “아들이 3월 말 모술의 한 검문소에서 이라크 경찰에 체포돼 교도소에 13일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면서 “미 당국이 석방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바람에 3월 30일 예정대로 귀국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참변을 당했다”고 미 당국을 비난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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