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세계의 비경]<1>타히티섬

  • 입력 2004년 5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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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히티에서의 해넘이는 장엄한 의식을 보는 듯하다. 태양은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고 사람들은 카누를 저어 석양을 향해 질주한다. 그 어디에서도 이처럼 숭고한 해넘이 의식을 볼 수 없다. 조성하기자
타히티에서의 해넘이는 장엄한 의식을 보는 듯하다. 태양은 온 세상을 빨갛게 물들이고 사람들은 카누를 저어 석양을 향해 질주한다. 그 어디에서도 이처럼 숭고한 해넘이 의식을 볼 수 없다. 조성하기자
《본지는 이번 주부터 우리가 오래도록 지키고 간직해야 할 지구촌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을 소개합니다. 대륙별로 골고루 선정한 세상의 비경 열두 곳을 매주 한 가지씩 생생한 현장기와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가을 어느 날.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상경하던 길에 차 안의 라디오에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선율. 영화 ‘러브 어페어(Love Affair)’의 테마였다.

시간은 오후 5시. 마침 지나던 곳은 전북 부안이었다. 그 선율을 듣는 순간. 느닷없이 변산 바다의 노을이 생각났다. 그리고 주저 없이 부안 나들목을 나와 격포항으로 차를 몰았다. 그날 채석강 바위에 홀로 앉아 감상한 해넘이와 노을은 평소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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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으로 지친 나를 가을 바다로 내몬 영화 ‘러브 어페어’.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 들려오자 문득 영화가 촬영된 남태평양 섬 타히티의 풍경이 떠오르며 동시에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타히티의 아름다운 노을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모레아 섬 뒤편의 하늘과 바다를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환상적인 노을과 그 바다를 수많은 카누가 수놓는 아름다운 저녁 풍경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 타히티. 그 섬은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의 섬이다. 어느 영화였더라. 한바탕 사랑싸움 끝에 토라진 여인이 봉투 하나로 일순간 남자 품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었다. 그 봉투 안에 든 것은 다름 아닌 ‘타히티 행 항공권’이었다.

○ 화가 고갱 “古城같다” 감탄

이 장면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누구든 가보라. 그리 되고도 남음을 인정할 것이다.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과 편안한 휴식을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곳 자연의 빛깔이 그렇고, 환초(環礁)와 라군 섬의 경관이 그렇고, 석양과 노을에 물드는 바다와 하늘이 그렇고, 에덴동산이 예 아닌가 싶게 편안한 리조트가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최고를 친다면 역시 낙조와 노을이다. 타히티 섬에서 서쪽으로 15km가량 떨어진 멋진 섬 모레아 뒤로 떨어지는 석양. 화산폭발로 생겨난 들쭉날쭉한 뾰족 봉 덕분에 폴 고갱(1848∼1903)으로부터 ‘고성 같다’고 표현된 이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을이다.

석양이 지면 그 해를 향해 카누가 질주한다. 수면까지 빨갛게 물들인 그 붉은 해를 향해 수많은 카누가 힘차게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그리고 해가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면 그 노을 속에 한 점이 된 듯 멈춰 선다. 수많은 카누로 수놓인 노을 진 바다. 타히티의 해넘이는 이처럼 한 폭의 그림이다.

타히티의 모든 섬은 화산폭발로 수면에 드러난 것들이다. 무려 118개. 5개 군도로 나뉘는 이 섬은 그 수도 많지만 차지하는 바다 면적 역시 넓다. 유럽대륙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면적에 해당될 정도다. 양끝간 거리도 2000km나 된다. 타히티는 이 118개 섬 가운데 하나다. 이 모든 섬을 포함하는 국가의 명칭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다. ‘프랑스령’이란 재정 외교 국방권을 프랑스정부가 행사하는 프랑스의 해외영토를 말한다.

타히티 섬의 중심도시 파페에테(수도). 파아아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제트프롭(제트엔진 프로펠러 추진) 항공기의 창문을 통해 바다 풍경이 투시된다. 이어 5분 만에 다다른 모레아 섬. 영화 ‘반지의 제왕’에나 나올법한 신비스러운 산악 풍광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섬이다.

일주도로를 따라 야자수 우거진 섬 주변을 달리기를 30분. 한 뾰족 봉을 배경으로 펼쳐진 초원에서 말이 풀을 뜯는 아름다운 풍경이 숲 주변에 펼쳐진다. 영화 ‘러브 어페어’에서 워런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다정하게 말을 끌고 가던 그곳이다.

○ 노을 너머 보라보라섬 스노클링 천국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보라보라 섬에서는 이처럼 가오리(왼편) 상어(오른 편)와 함께 수중유영을 즐기는 스노클링이 가능하다.

118개 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보라보라는 타히티로부터 45분 거리다. 환초 가운데 있는 이 섬은 산호 띠에 포위된 형국. 활주로는 섬이 아닌 주변의 모투(Motu·산호가 드러나 이뤄진 섬)에 있어 여행자는 활주로가 있는 섬에서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려 카페리로 섬에 간다. 산호를 가루 내어 닦은 하얀색 활주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산호활주로다.

공중에서 내려다보이는 보라보라 섬의 바다 풍경. 기하학적 모양의 환초와 환초를 둘러싼 작은 모투, 그리고 환초와 모투 사이의 호수 같은 바다 라군, 그리고 그 바다에 떠있는 하얀 세일보트. 지상의 어떤 것도 닮지 않은 보라보라 섬의 장관. 지상의 어떤 풍경도 압도할 정도다. 그 바다에서는 스노클링도 마찬가지다. 상어 떼와 가오리 떼가 몰려와 주위를 맴도는 가운데 해저비경을 감상한다. 여기서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꼭 경험해 봐야 할 열두 가지

톱리스(상의를 벗은 차림)로 비너스 포인트의 검은 모래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는 프랑스인들. 마치 지중해의 해변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조성하기자

①르 트뤽(Le Truck) 타기

트럭의 화물칸을 일자형 좌석의 버스로 개조한 것. 섬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택시처럼 손을 들면 세워준다. 요금은 파페에테∼르 메르디앙 리조트(20km)가 300PF(퍼시픽프랑·100PF=1달러). 오후 5시 이후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②로울롯(Loulotte) 찾기

파페에테 부두에 조성한 공원의 자동차 포장마차 촌. 20여대가 매일 저녁 나온다. 피자 파스타 중국요리 등 다양한 음식을 즉석에서 조리해 낸다. 피자(큰 것)는 1550PF, 치즈버거는 550PF.

③셰러턴 리조트에서 낙조 감상

모레아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 바다로 카누가 나가는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④폴 고갱 뮤지엄 찾기

원시의 순수를 찾아 타히티에 갔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화가의 족적을 볼 수 있다.

⑤히나노(Hinano) 맥주 맛보기

티아레(치자꽃)를 귀에 꽂은 긴 머리카락의 폴리네시아 여인을 상표로 한 로컬 비어. 알코올 함량 5%.

⑥포인트 비너스의 톱리스 체험

톱리스 차림(상반신 누드)으로 선탠 하는 프랑스 여인들로 지중해변을 연상케 하는 곳.

⑦아티마오우오 골프 라운딩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유일한 골프장.

⑧티키 빌리지 폴리네시안 쇼 관람

모레아 섬에 있다.

⑨테티아로아의 새 보기

말론 브랜도가 영화 촬영 후 출연한 타히티 여인과 결혼하면서 족장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섬. 새들의 낙원이다.

⑩상어 가오리 스노클링

보라보라 섬에서 상어 및 가오리와 함께 즐기는 환상적인 스노클링. 이곳 상어와 가오리는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다고.

⑪오버 워터 코티지에서 하룻밤

라군의 수면 위에 설치된 아름다운 수상 방갈로 호텔. 카누를 타고 오간다.

⑫보라보라 헬기투어

보라보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돈이 아깝지 않다.

●여행정보

▽항공 △아시아나항공=오클랜드(뉴질랜드 북섬) 경유 △에어타히티누이=오사카 경유

▽타히티 △위치=적도와 남회귀선 사이, 호주와 남미 대륙 사이 남태평양 △기후=열대. 습도와 기온이 낮은 건기(5∼10월)가 여행 적기. 연평균 기온은 25도, 월평균(7∼10월)은 24∼26도. △언어=공용어는 프랑스어. 영어도 OK. △축제=7월 한 달간 헤이바 이 타히티(Heiva i Tahiti) 페스티벌이 열린다. △티핑(Tipping)=일상적이지 않다. △관광청=www.tahiti-tourisme.com △한글 정보=투어타히티(www.tahiti-nui.co.kr 02-773-9009)

●패키지여행

▽클럽메드=보라보라 섬에 있다. ‘파레’라고 불리는 야자수 잎사귀로 지붕을 이은 전통 폴리네시안 스타일 가옥이 하얀 모래 해변의 야자수 숲 그늘진 곳에 조성돼 있다. 클럽메드 빌리지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빌리지 3박 혹은 4박 일정의 패키지(총 6∼8일 소요)가 286만∼322만원. 클럽메드코리아(02-3452-0123, www.clubmed.co.kr)

▽뉴질랜드+타히티 패키지=뉴질랜드 북섬도 관광하는 패키지(8박9일 일정·279만원)가 개발됐다. 최근 오클랜드에 취항한 아시아나항공이 파페에테↔오클랜드항공편을 연결시켜 항공권을 저렴하게 제공(25만원 인하)하는 덕분에 내용도 알차고 가격도 낮아진 뉴질랜드 경유 일정이 나오게 됐다. 숙박은 △타히티 4박 △오클랜드 3박 △기내 1박. 참좋은여행의 패키지에는 수상형과 가든형 코티지(모레아 섬)가 두루 들어 있다. 뉴질랜드 관광 일정은 와이토모 반딧불동굴, 로토루아 온천욕, 폴리네시안 댄스공연 관람, 와카레 와레와 간헐천, 양 목장 및 오클랜드 시내투어 등

▽판매여행사△롯데관광=02-399-2306 △참좋은 여행=02-599-4000 △코오롱 세계일주=02-3701-4807 △투어타히티(www.tahiti-nui.co.kr)=02-773-9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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