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세계의 비경]<2>북태평양 팔라우섬

  • 입력 2004년 5월 19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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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산호머드로 팩을 하는 모습. 조성하기자
바다 속 산호머드로 팩을 하는 모습. 조성하기자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에덴동산.’

영화 ‘타이타닉’의 수중촬영 감독 알 기딩스(미국)는 북태평양의 섬 팔라우를 이렇게 극찬했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 바다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디프’ ‘어비스’ 등 바다를 주제로 한 영화와 007시리즈(‘포 유어 아이즈 온리’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수중 촬영을 도맡아 온 전문가의 말이니 그대로 받아들여도 좋다.

수도인 코로르 섬의 한 선착장. 200마력짜리 야마하 엔진 두 개를 장착한 보트는 승객 10여명을 태우고 수면 위로 날아가듯 미끄러진다. 거대한 보초(堡礁)가 섬 주변을 둘러싼 팔라우. 이것이 대양으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주어 팔라우 근해는 어디를 가도 호수처럼 잔잔하다.

10분 후, 보트가 거대한 버섯처럼 수면을 장식한 작은 섬의 숲으로 들어선다. 온통 울창한 나무로 뒤덮인 초록의 섬. 석회암으로 이뤄진 무인도다. 무려 340여개나 되는 크고 작은 섬이 마치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장식하는 이곳. 여기가 바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지상의 에덴, 록 아일랜드(Rock Islan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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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cm크기 초대형 조개 볼거리

배가 한 섬의 새하얗고 부드러운 산호모래 해변에 닿았다. 응게르메아우스 섬이다. 피크닉 섬이라고 불리는 이 무인도에는 팜트리 우거진 숲 그늘 아래 탁자와 의자 등이 놓여 있다. 스노클링 투어회사의 직원들이 해변 바비큐를 준비하는 동안 손님들은 스노클링을 즐긴다. 마스크를 쓰고 들여다본 물속. 산호로 뒤덮인 수중은 현란한 형광빛깔 열대 물고기들로 별천지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식 도시락과 소시지 바비큐로 즐기는 태평양 한가운데 무인도에서의 점심식사. 휴식의 즐거움이 온몸과 마음으로 느껴진다. 자연과 하나 되는 일치의 순간에 비로소 느끼는 그 푸근함과 편안함. 록 아일랜드의 섬에서 이런 기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여기를 지상의 에덴이라고 부른 것이.

보트로 5분 거리에 ‘클램 시티(Clam City·조개의 도시)’라는 특별한 섬이 있다. 그것은 산호수중에 있다. 너비가 90cm나 되는 자이언트 클램(초대형 조개)이 초록 이끼가 두껍게 낀 입을 반쯤 벌리고 수심 5∼8m의 바닥에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조개. 건드리면 반사적으로 입을 다문다. 조개는 모두 6종이며 큰 것은 1.8m나 된다. 이 조개가 클램시티의 해저에는 수없이 많다.

수면 위는 아름다운 초록빛 섬들의 바다. 수면 아래는 보석처럼 현란한 산호와 열대어의 바다. 뭉게구름 피는 하늘과 수십가지를 헤아리는 현란한 바다빛깔은 또 어떻고. 이런 팔라우의 매력을 즐기는 방법. 록 아일랜드의 스노클링 투어가 제격이다.

언제 들여다보아도 신비롭기만 한 바다 속 세상. 물 밖보다는 물속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물고기와 내가 하나가 되어 즐기는 수면의 유영. 거기서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됨을 느낀다. 그 순간, 팔라우는 내게 에덴이 되고 파라다이스가 된다.

다음날 록 아일랜드의 명물 마린레이크(바다호수)로 갔다. 록 아일랜드의 섬은 한때 해저였다. 조개퇴적물로 인해 형성된 석회암층 해저가 융기해 수면 위로 드러났고 그 부분이 오랜 세월 침식 및 용식작용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그 섬 중에는 호수가 형성된 곳도 있다. 그것이 마린레이크로 모두 70여개다. 이 중 공개된 것은 단 하나, 에일말크 섬의 젤리피시 레이크(해파리 호수)다.

○ 인천서 비행기로 4시간 30분

섬에 상륙하면 높이 100m의 울창한 숲 속 언덕을 넘어야 한다. 그러면 진녹색 호수가 보인다.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들어간 호수의 수중. 연한 베이지 빛깔의 투명한 해파리가 발에 걸릴 만큼 많았다. 해파리 무리 속에서 해파리와 함께 즐기는 젤리피시 스노클링. 그 유려한 해파리의 유영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이곳 해파리는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다.

코로르 섬으로 돌아오는 길. 보트는 섬과 섬 사이 좁은 바다로 들어섰다. 그곳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우윳빛이 감돌았다. 바닥의 새하얀 진흙 때문이다. 가루진 산호가 오랜 세월 앙금처럼 가라앉은 산호개흙이다. 필리핀인 다이버가 바닥의 산호머드를 퍼왔다. 존득거리는 산호머드를 온몸에 바르는 머드 팩 타임이다. 완벽한 자연 상태에서 형성된 산호 머드. 바싹 마른 산호머드는 물속에서 씻어낸다. 순수한 자연을 호흡한 피부. 생기를 회복한 듯 촉촉, 팽팽 그 자체다.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팔라우 섬 휴가. 자연을 호흡하며 자연과 일치를 이루는 감동의 연속이다. 이런 완벽한 자연을 단 4시간30분의 비행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러나 6월말로 전세기 운항 끝나면 이런 호사도 다시 누리기는 어렵다.

북태평양 팔라우=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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