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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6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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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세계가 이라크인 포로에 대한 미군의 가혹행위 때문에 들끓고 있다. 엊그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랍권 방송에 출연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쉽게 가라앉을 기세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쿠바 내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포로 인권침해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였다. 관타나모 기지는 미군이 2002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정치범 600여명을 옮겨다가 수감한 곳이다. 하지만 비인간적인 포로 학대 장면이 만천하에 공개된 이번 사태의 파장은 ‘관타나모 사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미국은 포로 학대가 일부 미군의 분별없는 행동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벌거벗은 수감자를 포개놓고 웃으며 사진을 찍은 앳된 여군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에서 성장한 모범생 출신이었다. 군사재판에 회부된 한 부사관은 버지니아주 교도소에서 교관을 지낸 예비군이라고 한다. 이들 모두 이라크에 가기 전에는 평범한 미국시민이었을 것이다. 이번 일은 다수의 미국인들 마음속에 ‘미국 우월주의’가 위험스럽게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일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인들이 미국 이외의 나머지 세계와 문화를 경시하는 태도를 갖게 됐다면 불행한 일이다. 테러 소탕이라는 미국의 명분은 갈수록 퇴색될 것이고, 세계 도처에서 그런 미국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세계가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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