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사관 열악한 수용소 환경 폭로

  • 입력 2004년 5월 6일 01시 23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는 국제적 수준이다. 최상의 수용시설이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가혹행위가 폭로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당시 수용소를 총괄하고 있던 제니스 카핀스키 준장은 이렇게 자신했다.

그러나 수용소의 현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이 같은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번 가혹행위로 현재 군사재판에 회부된 치프 프레드릭 부사관은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열악한 운영 체계가 가혹 행위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아랍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포로들이 무시해 약간 겁을 주었을 뿐이다”고 변명했다. 버지니아주의 한 교도소 교관 출신인 그는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할 예정이다.

프레드릭 부사관은 군 당국이 포로 관리 요령조차 교육하지 않은 채 자신들을 배치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수차례 상관에게 개선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고 했다. 특히 포로들을 예우하는 제네바 협약에 대해 기소되기 전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미군 당국도 미군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프레드릭 부사관이 근무하던 수용소 동에는 900여명의 포로가 있었지만 이들을 담당하는 군인은 5명, 그것도 예비군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등 정보 관계자들이 많았다는 것. 또 수용소 내의 개들은 탈출 방지뿐 아니라 포로 협박에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용소에는 물어뜯긴 상처가 난 사망자도 있었다고 프레드릭 부사관은 덧붙였다.

프레드릭 부사관은 CIA 요원들이 포로의 저항 의지를 비교적 잘 꺾는 자신에게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심문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 내 미군수용소 신임 감독관인 제프리 밀러 소장이 5일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사과성명을 발표했으나 수용자들은 계속 억울함을 호소했다. AP통신은 “기자들이 지나가자 여자 수감자들이 ‘아이들이 집에 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절규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기자들과 수용자들의 대화를 제지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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