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평화적으로 우뚝 서려는’ 중국

  • 입력 2004년 4월 28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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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지도부가 여러 차례 밝힌 ‘화평굴기(和平굴起·평화적으로 우뚝 일어선다)’라는 개념이 중국 대외정책 전문가들과 언론 및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개념의 함의(含意)와 타당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화평’이란 두 글자에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의 군 현대화와 속도,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일부에서는 ‘굴기’라는 두 글자에 불만이다. 중국의 국력 신장에 대한 불필요한 의구심과 경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민에게 과도한 민족주의를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이 개념은 앞으로 최소 20년간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될 것이다. 2002년 말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확정된 ‘전면적 샤오캉(小康·의식주가 해결된 중등 생활) 사회 건설’이라는 대내 정책방향과 같다.

외부 환경을 본다면 중국처럼 많은 강대국과 이웃한 국가도 드물다. 중국이 속한 동아시아에는 각종 ‘안보 딜레마’가 존재하며 이중 중국의 역할이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동아시아는 현재 다양한 ‘세력 전이(轉移)’ 국면을 맞고 있다. 국제 관계와 국가간 역량은 현저히 변동하고 있다. 중국이 화평굴기를 하려면 이런 관계를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화평굴기는 몇 가지 기본적인 전제를 필요로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 미국간에 안정적인 전략적, 외교적, 경제적 협력 관계를 건설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와 동아시아의 세력 구조를 감안할 때 중국이 화평굴기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는 미국과의 관계이다.

둘째로 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안보 체제와 경제협력 시스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중국 화평굴기의 가장 큰 무대는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인만큼 지역의 다자간 체제와 주변국과의 전방위적인 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셋째로는 갈수록 수가 많아지고 기능도 중요해지는 각종 국제조직의 존재다.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중국의 국가 규모, 발전 속도, 세계화 조류, 비전통적 안보 문제의 증가는 중국에 더욱 많은 역할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 국제정치 및 지정학적 측면을 고려해 주변 국가들과 ‘특수 관계’를 맺어야 한다. 고도의 선택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특수 관계를 다시 한번 깊이 들여다보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앞으로 중국이 화평굴기를 이뤄나가는 역사적 시기에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가장 큰 장애나 위험은 대만 독립이다. 대략 10년 내 3가지 요소 때문에 대만 독립을 저지하는 노력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대만 민중의 독립정서 확산, 대만 독립세력의 점진적 독립 전략, 대만 문제와 미국 정책간의 복잡한 연관 관계 때문이다.

대만 독립을 저지하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최우선 순위다. 의심할 바 없는 말과 행동으로 대만 독립 위험에 대한 믿음을 심어야 하며 부득이할 경우 대만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데 대한 믿음을 확립해야 한다. 만약 대만 독립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진정으로 우뚝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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