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켄트 콜더/동북아와 워싱턴 ‘2005 기상도’

  • 입력 2004년 5월 12일 19시 03분


1993, 94년의 북한 핵위기 이후 처음으로 동북아시아가 2005년 미국 대외정책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이 당선된다면 분명히 그럴 것이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의 입장에서 2005년은 특별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가 되면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이른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 역사상 중요한 정책 변화는 거의 예외 없이 대통령의 임기 첫해와 두 번째 해에 이뤄졌다. 재선의 경우도 같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 결정, 부시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도 그랬다.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임기 첫해에 주한미군 철수 결정을 내렸다가 ‘미숙했다’는 논란과 함께 나중에 뒤집기도 했지만 워싱턴에서 ‘임기 첫해 시범정책(first-year policy window)’이 갖는 중요성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갖는 경제적 이해관계의 변화다. 사실 미국은 6·25전쟁 이래 이 지역에서 강력한 안보상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긴 했지만 중국의 동북지역이나 러시아 극동지역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19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 이전에는 심지어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그랬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마지막 요인은 전 세계적 안보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이 끝나면 이라크도 지금처럼 전력투구 대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반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테러리스트에게 생화학무기를 확산시킬 수 있는 북한은 보다 위험한 요인이 될 것이다.

워싱턴이 지금은 대선과 이라크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내년에는 동북아에 초점을 맞춘 대형 정책을 내놓을 게 틀림없다. 베이징과 도쿄도 그럴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중심의 현 중국 지도부는 아직 공고한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게 워싱턴의 최근 평가다. 그러나 내년 중반쯤 중국 경제가 좀 더 강해지고 주변국과의 관계가 안정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동북아의 2005년을 결정짓는 또 다른 요인은 일본이다. 헌법 개정 논의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고 이라크 파견 자위대의 운명은 일본의 안보논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분명히 평화주의와는 다른 흐름이다. 내년엔 ‘정책적 출구’를 가져야 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002년 평양 방문 때처럼 동북아 정세에 획기적인 장(章)의 마련을 시도할지 모른다.

모스크바도 2005년을 기회의 해로 생각할 것이다.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고 있는 러시아는 동북아의 긴장 완화에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듯이 ‘운명은 이처럼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다(stars are thus crossed)’. 2005년엔 워싱턴뿐만 아니라 베이징 모스크바 도쿄의 시선이 서울과 평양에 집중될 것이다.

켄트 콜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약력 : △하버드대 박사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교수 △현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SAIS) 교수 겸 부설 동아시아연구소장

▶ 원문보기:NORTHEAST ASIA AND WASHINGTON: 2005 WILL BE A CRITICAL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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