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체니 부통령 연설에 '가위질’

  • 입력 2004년 4월 20일 15시 05분


중국 정부가 딕 체니 미 부통령의 연설을 '가위질'했다.

체니 부통령은 중국 방문(13~15일)에 앞서 중국인을 직접 만나 공개연설을 하고 싶다는 뜻을 베이징(北京) 지도부에 전달했었다. '악명' 높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의식한 제의였다.

몇주에 걸친 집요한 협상을 마친 뒤, 체니 부통령은 중국인과의 열린 접촉을 허가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체니 부통령의 요구가 1㎜의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물론 중국 당국은 나름대로는 약속을 지켰다. 뉴스 채널인 CCTV-4는 15일 오후10시경 체니 부통령의 상하이(上海) 푸단(復旦) 대학 연설을 미 국무부 언어학자의 동시통역으로 내보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사전 예고 없는 방송인데다, 재방송도 없었던 것.

특히 각종 매체에 가해진 중국 당국의 '검열'은 정치진보라는 그동안의 희망적인 신호가 모두 신기루였음을 보여주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체니 부통령은 푸단 대학에서 미-중 관계의 민감한 현안인 대만은 물론 중국의 정치경제적 자유에 대해 연설하고,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체니 부통령 언급의 대부분은 인민일보에 실렸지만, '정치적 자유' '개인적 자유'라는 용어는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가장 많이 잘려나간 부분은 북핵 위기 문제. 북한이 파키스탄의 핵기술을 들여와 핵확산의 우려가 있다고 말한 내용이 북한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결국 체니의 기대와는 달리, 우연히 생방송을 접한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인은 '편집된' 버전을 접하게 된 것.

지난해 2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중국 이후부터 불거진 중국의 왜곡된 보도에 불만을 나타냈던 미 정부도 이번에는 '반격'에 나섰다. 미 정부는 16일부터 주중 미대사관 홈페이에 체니 부통령의 연설문과 질의응답 내용 전문을 직접 번역해 게재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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