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3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일부 지역에서는 폭동 사태가 빚어지고 있으며 당국이 불법시위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발표해 유혈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계엄령이 선포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거는 조작됐다”=야당 진영은 표 차도 의심스럽고 총통 피격사건도 의문점이 많다는 점을 들어 선거조작 의혹을 노골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우선 무효표가 유례없이 많다는 게 야당측 주장이다. 중앙선관위는 당락을 가른 2만9000여표(득표율차 0.22%)보다 10배 이상 많은 33만7000여표가 무효표이며 이들 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라고 밝혔다.
더구나 무효표가 북부지역에 집중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야당의 표밭인 타이베이시, 타이베이현, 타오위안(桃園)현 3곳의 무효표가 11만4500여표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야당측은 “롄잔(連戰) 후보와 천수이볜(陳水扁) 후보에 대한 지지 성향이 뚜렷이 갈라져 무효표가 나오기 힘들다”면서 “특히 야당의 아성이며 중산 지식인층이 많은 북부에서 무효표가 많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투표마저 부결된 마당에 선거 직전 언론의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10%까지 리드한 야당이 패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총통 피격사건이 천 총통의 정치헌금 수수와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의 불법 주식투자 스캔들로 패색이 짙어진 시점에 발생한 것도 우연치고는 지나치다고 야당은 지적한다.
사건 발생 당시 총통에 대한 경호가 너무 허술했고, 방탄차와 방탄조끼를 갖추지 않았으며, 사건 직후 1.8km 떨어진 타이난(臺南) 종합병원이나 3.5km 거리의 청궁(成功) 대학병원으로 가지 않고 민진당 의사들로 이뤄진 6.5km 밖의 치메이(奇美)병원으로 후송돼 3시간 뒤에야 피격 사실을 발표한 것 등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최악의 사태 빚어질 수도”=야당 진영은 21일 새벽에 이어 오후 3시 수만명의 지지자가 운집한 가운데 총통부 앞에서 격렬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천 총통은 긴급 국가보장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책을 논의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야당은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발표되더라도 야당 지지자들이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다.
한 시민은 “불신이 극에 달했다”며 “법원이 선거가 공정했다고 발표한다고 해서 야당이 이를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법원이 재검표를 통해 선거 결과를 번복한다면 민진당 지지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선거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실시하거나, 계엄령 선포로 야당을 힘으로 억누르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한다.
타이베이=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