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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17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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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견 배우들의 모임인 ‘3·1회’의 대표 이토 가쓰아키(伊藤勝昭·59)는 17일 방한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말했다. ‘3·1회’는 한일문화교류의 경험이 있는 일본의 중견 연극인 30여명이 2000년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20∼23일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연극 ‘그날, 그날에’를 공연할 예정이다.
일본의 유수 극단에 소속된 회원들은 해마다 3·1절을 전후로 함께 모여 기획공연을 펼치고 있다. ‘인종과 종교, 이념을 떠나 세계사에서 보기 힘든 평화주의 운동이었던 3·1정신을 연극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는 것이 ‘3·1회’의 창단 취지. 창단공연으로는 2000년 3월 1일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YMCA 극장’에서 ‘아아! 제암리’를 무대에 올렸다.
이토씨는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제암리 교회 학살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일본 젊은이들은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역사를 연극을 통해서라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연할 ‘그날, 그날에’는 강원 속초시 아바이마을의 실향민 가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작품. 이토씨는 한반도 분단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강조했다. “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에서 각축을 벌였고, 결국 분단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지요. 일본 배우들은 한국인들의 이산(離散)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 없지만, 비디오와 사진자료를 보면서 그 고통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토씨의 고향은 히로시마. 그가 태어난 지 2개월 만인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그는 “어렸을 적 히로시마에는 강제 징용 와서 비참하게 살던 조선인 친구들이 많았다”며 “앞으로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나 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2-318-3346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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