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연설시작하자 “윈!… 윈!” 환호

  • 입력 2004년 1월 20일 17시 04분



“만일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19일 포트 디모인호텔에 마련된 존 케리 후보(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의 축하 행사장. 미국 민주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승리한 그가 연설을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윈! 윈!(승리한다! 승리한다!)”를 외쳤다.

웃음을 머금으며 잠시 침묵하던 케리 후보는 말을 이렇게 바꿨다.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이어지는 환호성. 지지자들이 피켓을 흔들며 ‘케리! 케리!’를 외치며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며칠 전만 해도 성대 이상으로 일부 행사를 취소했던 케리 후보의 약한 모습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힘과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 차림의 그는 또렷하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연설을 이어갔다.

케리 후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물론 그의 측근들을 언급하며 현 행정부의 외교정책 등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날이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암살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생일임을 상기시켰다.

“킹 목사가 지키기 위해 평생 투쟁했던 인권과 시민권을 우파가 (안보를 명목으로) 침해해 온 것을 알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존 애슈크로프트는 더 이상 법무장관 자리에 앉히지 않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교만하고 이상주의에 빠져 있는 최악의 정책”이라며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칼 로브 정치고문의 엄청난 오류에 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존경과 사랑을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예상을 뒤엎고 2위를 차지한 존 에드워즈 후보는 “이번 코커스에서 나타난 움직임들이 미국의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개막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켰던 하워드 딘 후보는 3위라는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케리 후보와 에드워즈 후보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딘 후보는 “다음 라운드에서 보자”며 의욕을 보였다.

아이오와주에 이어 27일로 예정된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령관과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코네티컷주)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 주력해왔다.

뉴햄프셔는 인구가 적고 대도시가 없는 아주 작은 주(州)이지만 50년 넘게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함께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의 주요 출발점으로 인식돼 왔다.

디모인(아이오와주)=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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