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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2월 25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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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확인=문제의 소는 워싱턴주 맵튼에서 수의사인 빌 웨브린이 경영하는 서니 딘 목장의 생후 4년 된 홀스타인 젖소로 2001년 10월 워싱턴주 중부에서 구입해 키워왔다. 이 소는 임신합병증 등에 따른 부분마비 증세 때문에 9일 도살됐다. 소의 조직 일부가 광우병 검사를 위해 11일 아이오와주의 미 정부 실험실로 보내졌으나 준비부족으로 16, 17일에야 검사가 실시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전했다.
22일 첫 검사결과 광우병 양성 판정이 내려졌으며 하루가 걸린 추가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이 나와 미 농무부가 공식 발표하게 됐고 이어 영국에 의뢰한 최종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미국측 조치=미 농무부는 이 소의 감염경로를 추적 중이며 광우병으로 최종확인되면 서니 딘 목장의 소 4000마리를 모두 안락사시킬 수도 있다고 시애틀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이들 소는 아직 격리조치되지 않았다.
병을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감염 소의 뇌와 척수는 이미 스포케인의 부산물 가공공장으로 보내져 닭 등의 사료나 소기름 원료로 가공됐으며 공장에서 출하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감염 소의 고기는 이미 출하됐으며 시애틀 타임스는 워싱턴주 빌 브루크리슨 농무부국장의 말을 인용해 "감염 소의 고기가 햄버거 재료로 쓰이기 위해 갈아졌거나 이미 소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농무부는 감염 소 및 이와 함께 도살된 19마리의 쇠고기 5000kg을 회수하기 위해 보급경로를 추적중이다.
▽드러난 문제점=미 정부는 영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빚어지자 광우병 감염 경로로 알려진 동물 사체를 갈아 만든 사료를 소에게 주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은 이 규제가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축산협회에서는 회원들에게 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곳과는 거래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다고 시애틀 타임스는 보도했다.
미국 목장에서는 1990년부터 '잘 걷지 못하는 소'를 도축하지만 이들 중 10%만이 광우병 검사를 받는 것도 문제라고 미 동물복지단체인 '자비로운 사회'의 웨인 파셀이 비판했다. 미 농무부 줄리 퀴크 대변인은 이에 대해 "잘 걷지 못하는 소 중에는 다리 등에 부상을 입은 경우도 있으며 이들의 고기는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축산산업계를 비판하는 '미국의 광우병'이라는 책의 공저자인 존 스타우버는 감염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적 파장=미 정부측은 광우병이 175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쇠고기 산업에 얼마나 충격을 줄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와 육우업계에서는 "단 한 마리에서 발견된 것 뿐"이라며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외식업계 등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미국의 맥도널드와 세계 최대의 육가공업체인 타이슨 푸즈의 주가는 24일 각각 5.2%와 7.7% 급락했다. 연관산업인 옥수수, 농업장비 업체도 타격을 받고 있다.
또 연간 35억 달러에 이르는 쇠고기 수출도 단기적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애그리 비프의 회계담당자 릭 스톳은 "캐나다의 광우병 파동 사례로 미루어보아 내수는 장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나 일본, 한국, 멕시코, 홍콩 등에 대한 수출 감소 여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한국 멕시코는 올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출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농무성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호주와 뉴질랜드산 쇠고기 수입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고 내년초 두 나라에 직원을 파견키로 했다. 미국 중서부산 쇠고기를 판매중인 일본의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이토-요카도는 이를 계속 판매하겠다고 밝힌 반면 2대 소매체인인 아에온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대에서 즉각 치울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캐나다의 경우 5월 광우병 소 한 마리가 발견되자 미국을 포함한 29개국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수입금지해 캐나다 육우산업이 벼랑끝에 몰리기도 했다. 미국은 3개월 후에 수입금지를 완화한데 이어 내년초 완전해제할 방침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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