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륙 전역 '독감 공포' 확산…어린이 잇따라 사망

  • 입력 2003년 12월 14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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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푸젠(福建) A형’ 독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의학계 일각에서는 1968년 이후 최악의 독감이 전 세계를 강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푸젠 A형 독감이 50개 주 전역으로 확산돼 콜로라도주에서만 어린이 11명이 숨졌으며 독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휴교를 하고 종교의식이 취소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치명적 독감 경보=AP통신은 14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는 대륙간(pandemic) 독감이 곧 닥칠 것”이라며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적인 독감은 과거 100년 동안 1918년, 57년, 68년 세 차례 발생했다.

특히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인구의 20∼40%가 감염돼 2000만명 이상 숨진 것으로 추산될 만큼 치명적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독감이 다시 발생할 경우 선진국에서만 100만∼230만명이 입원해 이 중 28만∼65만명이 숨지며 개발도상국에서는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푸젠 A형 독감 급속 확산=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소 24개 주에 독감이 확산됐다고 집계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독감이 넓게 퍼진 주는 13개에 그쳤다. 국지적 발생까지 포함하면 50개 주 전역이 독감 영향권에 들어섰다.

텍사스주에서 시작돼 서부 전역으로 퍼져나간 독감은 이제 동부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독감이 아직 넓게 퍼지지 않은 오하이오와 아이다호주 등에서도 학교들이 속속 휴교에 들어가고 있다. 교회가 예배를 취소하고 크리스마스 행사도 연기되고 있다.

▽백신 부족=미 전역에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자 미 보건당국은 25만명분의 주사약을 추가 주문했다. CDC는 6∼23개월의 유아와 65세 이상 노인, 임신 6∼9개월 여성 등에게 백신을 우선 투여하라고 권고했다.

백신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각 병원에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려는 부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50km 정도를 달려가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일도 비일비재한 상황.

▽전염병 지정 여부=미 보건당국은 올해의 독감을 곧 전염병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CDC는 특정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의 7.6%에 이르면 전염병으로 지정한다. 지금까지 폐렴과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의 7%에 도달했다.

예년의 경우 미국에서는 독감으로 3만6000명이 사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에는 사망자가 6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부 의사들은 백신에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도 보고하고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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