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힘받는다…공화당 노인의료보험 개정안 통과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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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의 고전으로 최악의 지지율을 보여 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25일 희소식이 잇따라 날아들었다.

공화당이 추진해 온 노인의료보험(메디케어)법 개정안이 25일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3·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

▽공화당 노인표 접수=상원은 25일 메디케어 가입 노인들에게 처방 약 구입시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골자의 개정안을 찬성 54표, 반대 44표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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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의료보험제도가 대부분 공보험이 아닌 사보험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노인들만 메디케어를 통해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받는다. 메디케어는 진료비와 병원비에 한정됐으나 이번에 약값까지 지원키로 한 것. 가입자들이 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것도 특징이다.

법안 통과에는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공이 컸다. 민주당의 오랜 지지기반인 이들이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완벽한 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공화당편으로 돌아선 것.

이 같은 입장변화는 45세 이상 ‘베이비 붐 세대’를 회원으로 포섭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26일 분석했다. 이들 세대는 메디케어가 공보험에서 벗어나 사보험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덕분에 공화당은 3500만명의 노인 유권자를 회원으로 둔 AARP를 내년 대선 과정에서 후원자로 얻게 됐다.

메디케어는 1965년 민주당 정권이 탄생시킨 민주당의 전통적 핵심 정책. 의제를 빼앗긴 민주당은 “날강도에게 당했다”면서 허탈해 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6일 전했다. 중간선거 참패와 대선후보 난립에 이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악몽’ 속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가 급기야 의제까지 선점당한 것.

여기에 경제회복 소식은 논란을 불렀던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공화당은 한층 고무됐다.

▽적잖은 과제=민주당은 “사보험의 차가운 손에 노인들을 내몰았다”며 메디케어법 개정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 개정안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10년간 4000억달러 이상의 연방정부 예산이 소요될 전망. 이는 37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행정부에 큰 부담이다.

약값의 3분의 1만 지원하는 것도 한계. 전문가들은 실질적 혜택을 받기까지 보험료 지출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들어 결과적으로 노인들의 의료비를 늘릴 것으로 분석한다.

이 때문인지 지난주 여론조사기관 아넨버그 조사 결과 65세 이상 응답자의 33%가 개정안에 찬성한 반면 49%는 반대하는 결과가 나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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