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만날때 터진다…英-伊 정상과 회동 맞춰 테러

  • 입력 2003년 11월 21일 0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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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을 만날 때는 테러를 조심하라.’

20일 터키 이스탄불 영국영사관과 12일 이라크 나시리야 이탈리아군에 대한 테러는 공교롭게도 해당국 국가원수들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시점에 터졌다.

20일 이스탄불 주재 영국영사관과 HSBC 이스탄불 지사에 대한 공격은 부시 대통령이 토니 블레어 총리와 만나기 위해 나서던 시간에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날아온 비보와 흩어진 시신들, 건물 잔해들이 런던의 TV에 처음으로 비쳐지던 무렵 부시 대통령의 수행원들은 헌화하기 위해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테러는 부시 대통령의 역사적인 영국 국빈 방문에 돌연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이미 영국 더 타임스는 18일 영국 수사 당국이 체포한 한 테러 용의자로부터 알 카에다의 공격이 임박했지만 부시 대통령 방문과 직접 연관돼 있지는 않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보가 20일 테러를 예고하는 것이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12일 이라크 나시리야의 이탈리아 군경 근무 건물을 대상으로 벌어진 차량 자살 폭탄 테러도 카를로 아제글리오 참피 이탈리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 이라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려던 날 벌어졌다.

이 같은 점에서 알 카에다 등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직접 타격함으로써 동맹국의 반전 여론을 부추기고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민간인과 평화적 기관에 대한 무자비한 테러공격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동맹국들이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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