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式 철권통치’ 오나…측근중심 친정체제 강화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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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기업 유코스 총수의 구속 사태가 크렘린의 권력지도를 바꾸고 있다.

올리가르히(과두재벌)와 가까운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인맥인 구주류가 밀려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세력인 신주류가 떠오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알렉산드르 볼로신 행정실장(비서실장)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부실장(38)을 승진 발령했다.

해임된 볼로신 실장은 옐친 대통령 때부터 크렘린을 지켜 온 구주류의 대표적 인물. 반면 메드베데프 신임 실장은 푸틴 대통령과 동향(상트페테르부르크)이며 대학 후배(레닌그라드대 법대)인 신주류 핵심 인물이다.

푸틴 대통령은 측근인 드미트리 코작과 이고리 슈발로프를 각각 크렘린 제1부실장과 부실장으로 임명해 친정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푸틴 측근 그룹은 ‘페테르 마피아’로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나 그가 20년 이상 몸담았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 주축이다.

반면 구주류는 더 위축되고 있다. 사임설이 끊이지 않는 미하일 카샤노프 총리는 12월 총선이나 내년 3월 대통령선거 뒤 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여당 대표였던 세르게이 쇼이구 부총리도 총선을 앞두고 크렘린이 신당인 통합러시아당을 만들면서 대표직을 내놨다.

이런 권력변화가 시장개혁과 민주화를 후퇴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는 “러시아의 권력은 크렘린, KGB, 카드르(군)의 3K가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공산당, KGB, 군이 권력의 핵심이던 옛 소련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것. 영국의 더 타임스도 “푸틴 대통령의 신념은 ‘사회주의가 빠진 스탈린주의’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꼬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크렘린에서 주요 외국인투자자들과 만나 “투자자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며 절대 재국유화는 없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러시아 검찰은 이날 미하일 호도로프스키 전 유코스 회장의 주식을 동결하고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러시아주가지수(RTS)는 8% 폭락했고 유코스 주가도 14% 떨어졌다. 유코스 사태 이후 RTS는 17%나 떨어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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