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地 이라크에 파병 못하겠다”…방글라-포르투갈 철회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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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가 국가와 기관의 성격을 불문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파병을 검토해 온 국가들에서 파병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잇단 테러에 외부 세력이 가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테러전쟁이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파병 철회 움직임=USA투데이는 인도 파키스탄이 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부한 데 이어 방글라데시와 포르투갈 역시 최근 테러사태 때문에 파병 철회를 검토 중이라고 28일 전했다. 방글라데시의 고위 관리는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사무소에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등 유혈 사태가 계속돼 파병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당사국인 이라크의 요청도 없는 상태에서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에 파병하는 데 대해 많은 정치인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 파병 반대여론이 너무 강해 정부가 의회에 파병 동의를 요청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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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20명의 경찰을 이라크에 파견한 포르투갈은 군대 파병을 검토해 왔으나 최근 유혈 사태 때문에 파병 불가로 돌아섰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터키 역시 미국이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으로부터 (터키의 파병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파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28일 쿠르드족의 반대에 부닥친 미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자 “우리는 망설임이 존재하는 한 어떤 일도 착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파병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태국 상원 외교위원회와 야당인 민주당도 유혈 테러를 우려해 28일 이라크에 주둔 중인 태국군 443명의 즉각 철수를 정부에 촉구했다.

한편 한국의 추가 파병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는 모술의 한 경찰서에서 28일 폭탄테러가 발생해 민간인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 또한 이날 모술의 주간지 ‘위다웃 디렉션(Without Direction)’의 사무실에서 한 기자가 암살됐다.

▽외부 테러세력 가세=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탄테러는 새로운 외국인 세력이 이라크에서 미군 등 연합군을 공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이 경고했다. 27일 바그다드에서 폭탄테러를 감행한 테러범의 시신에서는 시리아 여권이 발견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28일 기자회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이라크 집권당인 바트 당원들과 외국에서 밀입국한 테러범들이 최근 유혈 테러의 배후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전사 수천명이 이라크에서 반미(反美)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의 인터넷 사이트가 28일 전했다.

이 방송은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인 사우디 정치 운동가 무하마드 알 마사리 박사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 출신 전사 약 5000명이 바그다드에 들어가 있다”며 “반(反)서방, 반정부 의식은 사우디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워싱턴·방콕·카이로=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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