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대통령 재임동안 초등생 흑인소년과 편지왕래 화제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55분


‘70대 백인 대통령과 흑인 소년의 우정.’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재임 중이던 1984년부터 89년까지 약 5년 동안 흑인 소년 루디 하인스와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로 지낸 사실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70대 중반이던 레이건 전 대통령과 편지를 주고받은 것은 하인스군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6세부터 11세 때까지. 레이건 전 대통령이 보낸 편지는 175통이 넘어 한달 평균 3통의 편지를 보낸 셈이다.

하인스군은 대통령에게 친구와 다툰 뒤 어떻게 사과하면 좋은지를 묻기도 했고 자신의 학교생활에 대해 들려주기도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하인스군이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데 부모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이런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부모님은 네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친구들이란다. 나도 어려서 부모님께 거절당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들이 옳았다고 생각하거든.”

하인스군이 그림 그리기가 취미라고 하자 레이건 전 대통령은 “나도 어려서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회의시간에 낙서하기를 좋아한다”는 답장과 함께 직접 그린 3점의 낙서 그림을 보내주기도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84년 9월 부인 낸시 여사와 함께 하인스군과 간호사인 어머니가 살던 워싱턴 변두리의 작은 집을 방문해 집에서 만든 튀김닭을 먹기도 했다.

두 사람이 편지 친구가 된 것은 레이건 전 대통령이 새로운 교육정책을 발표하기 전 하인스군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방문해 펜팔을 원한다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하인스군은 1995년 고교 졸업 후 현재 집 근처에서 가게 점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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