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하라父子 ‘가문의 영광’…교토지사 父 국토교통상 子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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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수도행정의 총수, 아들은 장관.’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파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0) 도쿄도지사 부자의 승승장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의 장남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46)는 22일 발표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2기 내각’의 국토교통상에 발탁됐다. 방송기자 출신의 중의원 4선의원인 그는 1기 내각에서 행정개혁담당상을 맡아 도로공단 민영화 등 개혁을 추진했지만 반대파의 저항에 밀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각종 공공 공사와 교통행정을 총괄하는 요직으로 거물급 정치인들도 탐을 내는 국토교통상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 언론은 이시하라 장관의 취임을 아베 신조(安倍晋三·49) 자민당 간사장 발탁과 함께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는 아들의 장관 발탁에 대해 “고이즈미씨는 역시 인사의 천재”라며 흐뭇해 했다.

도쿄도는 하네다(羽田)공항 재확장, 디젤차 규제보조금 지급, 수도고속도로 확충 등 숙원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국토교통성 소관 사항이어서 장관과의 원활한 업무 협조가 절실한 상황. 이시하라 지사는 “이제부터는 아들에게 선처를 부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불러줄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하라 장관은 “일본 사회의 변화는 구호보다는 현실에 맞는 정책개발을 통해 가능하다”며 실리적인 접근을 선호한다.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부친이 ‘반(反)고이즈미’ 진영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후보를 지원한 반면 아들은 “구조개혁 노선만이 일본을 살리는 길”이라며 고이즈미 총재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섰다.

잇단 과격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부친과 달리 아들은 기자 출신답게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면서 이념적 색채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도쿄도지사 선거 때는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총괄지휘하는 등 부자간의 관계가 매우 좋다는 평.

은행원인 이시하라 지사의 셋째아들도 11월 총선거에서 자민당 공천을 받아 중의원에 출마할 계획이어서 이시하라 가문의 약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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