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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3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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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들은 최근 ‘실험관광’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학실험을 하는 여행이 아니다. 실험관광 기법 가운데 하나인 ‘알파벳관광(Alphatourism)’은 한 도시의 거리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관광하는 것. 프랑스 파리를 관광한다면 ‘아베이(Abbaye) 거리’부터 ‘존(Zone) 대로’까지 찾아가는 식이다.
‘모노폴리 관광(Monopolyto-urism)’도 있다. 관광객은 서양인들이 즐기는 게임인 ‘모노폴리’ 게임판과 주사위를 들고 어떤 도시를 찾는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에 따라 게임판에서 지정하는 장소를 찾아간다. 감옥에 걸리면 가장 가까운 감옥 주변을 어슬렁거려야 한다.
‘에로관광(Erotourism)’은 어감처럼 에로틱한 관광은 아니다. 부부나 애인이 각각 다른 교통편으로 한 도시를 찾아가 전화 같은 연락수단을 쓰지 않고 만나는 게 목표다. 사랑을 재확인하고 싶은 중년부부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보라보라(Bora Bora)처럼 이름에 동어가 반복된 관광지만을 찾는 기법도 있다.
실험관광은 조엘 앙리라는 프랑스 작가가 1990년 창안했다. 그는 스트라스부르에 ‘실험관광 실험실(Latourex)’을 내고 수십 가지 실험관광 기법을 만들었다.
앙리씨는 60년대 반짝했던 문학기법, 예를 들면 알파벳 문자 ‘e’를 사용하지 않고 소설을 쓰는 등 인위적인 규칙을 정하고 창작을 하던 데서 실험관광을 착안했다고 한다. 지금은 1000명에 가까운 마니아들이 실험관광을 즐기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기상천외한 관광기법이 개발되면서 다소 ‘위험한’ 관광에 도전하는 마니아도 있다. ‘도둑관광(Kleptotourism)’은 유적지에서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을 챙겨 나오는 것.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중국의 만리장성 주변의 돌을 갖고 나오다 적발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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