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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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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한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1989년 퇴역한 K-159호가 해체작업을 위해 4척의 예인선에 의해 끌려가던 중 높은 파도로 밧줄이 끊기면서 킬딘섬에서 5km 떨어진 해상에서 침몰했으며 10명의 탑승자 중 1명만 구조됐다”고 밝혔다.
건조된 지 40년이 넘은 침몰 핵잠수함은 그레미하 항구에서 바지선에 예인돼 해체 작업지인 콜라반도의 고철 하치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구조대는 2구의 시신을 찾았으며 나머지 7명도 사망한 것으로 보고 더 이상 생존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침몰한 잠수함은 현재 수심 150m 지점에 가라앉아 있다.
북해함대 빅토르 크라브첸코 부사령관은 “침몰 잠수함의 2개 원자로는 이미 퇴역 당시 폐쇄됐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환경단체들은 “원자로에 물이 스며들 경우 인근 수역의 방사능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침몰 잠수함의 인양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이 사고는 국제적인 해양 환경오염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휴가 중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격노한 반응을 나타냈다. 2000년 여름 러시아가 자랑하는 북해함대 소속의 쿠르스크호가 침몰해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장소에서 3년도 되지 않아 같은 함대 소속의 핵잠수함이 또 침몰했기 때문이다. 2주 전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쿠르스크호 참사를 기리는 3주년 추도식이 성대히 거행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고 이유와 관련해 “함대의 기강 해이가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초유의 참사를 겪었던 북해함대가 사고의 재발을 두려워해 고강도의 훈련을 기피해 온 것이 원인이다”며 군의 안이한 근무자세를 질타했다. 그는 또 이바노프 국방장관을 북해함대 본부로 급파해 사고수습을 지휘토록 하면서 “일체의 잘못이나 실수를 용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예인작업을 지휘했던 세르게이 젬추지니 제독은 즉각 직위해제됐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흑해 연안의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다 쿠르스크호 참사를 보고받았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휴가를 계속 보내다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러시아 해군은 옛소련 붕괴 후 재정난으로 소속 함정의 10% 내외만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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