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영씨 亞인공암벽 대회 우승 “남자들도 다 떨어졌죠”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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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입니다.”

23일과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2회 아시아인공암벽등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고미영씨(36·청주대·여.사진)는 26일 귀국하자마자 다음 목표부터 꺼내놓았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더도 덜도 아닌 꼭 노력한 만큼만 성과가 나옵니다. 그 정직함에 끌려 직업으로 택한 게 벌써 7년째입니다. 이제 세계 정상을 바라봐야지요.”

15m 높이의 인공암벽에 설치된 이번 대회 루트에서 고씨는 남녀 선수를 통틀어 유일하게 완등을 했다. 고씨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997년부터 2001년 한 차례를 빼고는 올해까지 모두 우승(통산 6승)한 경이적인 기록의 주인공.

만 서른이 되던 97년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전문 클라이머로 나서 아시아 최고수의 자리에 오른 ‘철녀’가 바로 그다.

그의 활동영역은 아시아에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세계를 돌며 시리즈로 열리는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에 빠짐없이 출전해 현재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인 세계랭킹 5위. 또 2000년 5월엔 세계 최고 난이도(5.14급)를 자랑하는 미국 유타주 아메리칸포프 캅킬러벽에 올랐고 올해만 해도 프랑스와 스페인 등지의 자연암벽에 도전을 했다.

고씨는 지난해부터는 겨울철 빙벽등반에도 뛰어들어 현재 아이스클라이밍 세계랭킹도 5위에 올라 있다. 오르는 방법이 판이하기 때문에 인공암벽과 빙벽등반을 동시에 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

“체중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은 스포츠클라이밍을 해보세요. 나도 전엔 몸무게가 73kg까지 나갔어요. 지금은 50kg입니다.”

고씨는 올해 늦깎이로 청주대 중국어과에 진학했다. 그가 중국어를 배우려는 이유도 스포츠클라이밍 때문.

“중국엔 유럽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훌륭한 암벽이 많아요. 중국어에 익숙해지면 세계에 중국 암벽을 소개해볼 생각입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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