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유엔 본부 차량 폭탄

  • 입력 2003년 8월 20일 01시 25분


이라크 주재 유엔 현지본부가 입주해 있는 바그다드 북동쪽 카날 호텔에서 19일 오후 폭탄을 실은 차량이 돌진하면서 대규모 폭발테러가 발생, 적어도 20명이 숨지고 100여명 이상이 다쳤다고 AFP통신이 유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폭발사고 당시 유엔 직원 약 300여명이 근무 중이었으며 아직도 매몰자가 많다고 밝혀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부상자 가운데는 유엔이 파견한 세르지오 비에이라 데 멜로 이라크 특사(브라질 출신)도 포함돼 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데 멜로 특사는 중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프레드 에카르트 유엔본부 대변인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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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직원인 파예즈 사르한은 “이날 오후 4시30분경 노란색 트럭이 카날 호텔 벽으로 돌진한 후 폭발했다”고 말했다. 미군 관리도 이날 공격이 자살 차량폭탄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폭발사고 직후 현장에는 군 구급차와 보안군들이 배치됐다. 또 수십대의 미군 험비차량이 사고지점에서 목격됐으며 최소한 두 대의 블랙호크 헬기들이 상공을 선회했다.

현지 외신들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폭발로 인해 이 건물의 상당부분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또 폭발지점에서 1.5km 떨어진 주택들의 유리창이 깨지고 차량들이 파괴될 정도로 강도 높은 폭발이었다고 밝혔다. 폭발로 인한 검은 연기가 수백m 높이 치솟았다.

유엔 대변인 살림 론은 BBC방송을 통해 “이번 폭발은 데 멜로 특사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옆에서 발생했다”고 전하고 “그를 겨냥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카날 호텔은 이라크전쟁 발발 전 유엔무기사찰단의 본부로 사용됐으며, 종전 이후에는 유엔아동기금과 식량농업기구 등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라크를 방문한 유엔 직원들의 사무실로 이용돼 왔다

이날 사고는 이라크의 타하 야신 라마단 전 이라크 부통령이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쿠르드 전사들에 의해 체포된 당일 일어나 라마단 전 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들이거나 외국의 이슬람 과격세력에 의한 것으로 미군 당국은 보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테러는 무고한 인명을 겨냥한 살인마적인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폭발사건 발생 직후 유엔은 미국 뉴욕 본부에서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며 러시아 멕시코 등 각국은 폭탄테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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