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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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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단련은 최근 오쿠다 히로시(奧田碩·도요타자동차 회장) 회장 등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계세미나를 갖고 정책 결정에 대한 경제계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내년부터 정치헌금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재계가 정치자금 제공에 나서는 것은 1994년 이후 10년 만의 일. 재계는 과거 매년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주로 자민당에 제공했지만 1993년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하고 정경유착 시비가 불거지면서 중단했다.
경단련은 각 정당의 정책이 재계의 주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항목별 점수를 환산해 정치자금 배분의 근거로 삼기로 했다. 우선 재계의 주장을 담은 ‘정책사항’을 9월 중 확정해 10월 이후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때 정당의 선거공약에 반영되도록 할 계획이다.
경단련은 정책사항에 △소비세 인상 △법인세 인하 △외국인 고용조건 완화 등 기존의 요구 외에 ‘양대 정당제 정착’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냉전체제 종식으로 정당별 노선 차이가 좁혀진 데다 정치선진화를 위해서는 두 정당이 정권을 주고받으면서 경쟁하는 양당제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재계에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올해 하계세미나에서 오쿠다 회장과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 사장, 미야하라 겐지(宮原賢次) 스미토모상사 회장 등은 “헌금은 여당만이 아니라 정책에서 뜻이 맞는 야당에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보수성향인 자유당과의 합당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민주당도 “재계가 돈을 주면 고마운 일”이라며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야당에도 헌금을 주면 여당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져 재계가 요구하는 정책을 관철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또 상당수 기업은 장기불황으로 돈을 낼 여력이 없다며 헌금 재개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재계가 돈으로 정치권을 옥죄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만만치 않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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