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대선가도 이변]‘민주版 부시’ 하워드 딘 급부상

  • 입력 2003년 8월 4일 19시 28분


200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맞설 뚜렷한 후보가 없어 고심 중이던 민주당에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유력 후보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9명의 군소 후보가 경선 활동을 벌여왔으나 지명도나 정치력에서 두드러진 인물이 없었다.

딘 전 주지사는 2000년 앨 고어 대통령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지프 리버먼,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로 오래 활동한 리처드 게파트, 뛰어난 정치자금 모금 실적이 예상됐던 존 케리에 비해 최약체로 꼽혀왔던 후보. 그러나 지난달 16일 발표된 대선주자 정치자금 모금액 현황에서 4∼6월 760만달러를 모아 당내 1위에 오르는 이변을 기록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뉴스위크는 11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온라인으로 등록한 딘 전 주지사의 선거운동원이 23만명이나 되고 이 중 절반 이상이 기부금을 내는 등 인터넷 선거운동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6월 민주당 성향의 진보단체가 4만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경선주자 인터넷 지지도 조사에서도 48.3%로 1위를 차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3일 딘 전 주지사가 진보적인 민중 지도자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인기의 배경은 그가 직선적이고 대담한 성격으로 젊은층에 어필하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는 것. 최근 정가에서 부상하기 시작한 것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이나 감세정책 등을 신랄하게 비난하면서부터였다.

흥미로운 것은 출신 배경이 부시 대통령과 닮았다는 것. 딘 전 주지사는 명문 가문 출신에 고급 기숙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를 나왔으며 대학시절 술과 파티에 찌들었던 것도 닮았다. 주지사 시절 주정부의 지출을 줄여 재정을 튼튼하게 하는 등 행정 경험을 쌓은 점도 비슷하다. 뉴스위크는 딘 전 주지사가 부시 대통령과 비슷한 배경을 가졌으면서도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면에서 호적수가 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딘 전 주지사가 대선주자로 확정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타임은 “민주당 후보가 과거에 승리를 거둔 것은 지미 카터나 빌 클린턴처럼 흑인들과 노동자 계층 민주당원 및 무소속과 자연스러운 연계를 가진 남부 태생 온건 후보를 내세웠을 때뿐이었다”며 그의 한계를 지적했다.

딘 전 주지사는 흑인 등과의 연계가 활발하지 못한 데다가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

딘 전 주지사는 앞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확보하고 급진적인 이미지를 중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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