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國保法’ 中도 “뾰족한 수 없어”

  • 입력 2003년 7월 18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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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젠화 행정장관
둥젠화 행정장관
국가안전법 제정 파동으로 홍콩 정부가 중국 반환 6년 만에 최대의 정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국가안전법은 중국이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제도)’의 시험대로 인식되고 있어 대만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정치활동 제한하는 국가안전법=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국가안전법 초안은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중국과 영국간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근거한 것이다.

기본법 23조는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국가안전을 유지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적당한 시기에 제정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홍콩 민심 무마와 국제 여론을 의식해 입법 작업을 서두르지 않았으나 지난해 7월 1일 홍콩 반환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첸치천(錢其琛) 부총리가 중앙정부 전복활동 금지 입법을 촉구하면서 법 제정 작업에 들어갔다.

홍콩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공청회를 거쳐 만든 ‘국가안전법’ 초안은 언론과 종교의 자유 및 정치 활동을 심각히 제한하는 독소 조항과 법 해석을 확대할 수 있는 모호한 조항들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입법 의도와 주민 시위의 배경=‘우물물이 강물을 건드릴 수 없다(井水不犯河水)’. 1990년대 초반 장쩌민 주석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해마다 민주화 시위가 계속돼온 홍콩의 경제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홍콩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중국은 특히 사교로 규정한 파룬궁(法輪功)이 홍콩을 거점으로 반(反)국가 전복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반체제 인사들과 해외 반중국단체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판단, 이를 막을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홍콩 주민들이 시위에 나선 것은 법안이 내포한 독소 조항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경제정책 실패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소극적 대응, 일부 정치관료들의 독선과 오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홍콩 반환 직후 4%대였던 실업률은 사스 발생 직후인 6월말 8.3%까지 치솟았고 재정적자는 지난해 700억홍콩달러(약 11조원)를 기록했다.

▽중국의 대책=중국 정부는 1일 시위 발생 직후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외교부, 국방부, 공안부,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산하 군사정보부, 당 중앙 통일전선부 등의 요원 20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홍콩에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지 활동 조사보고서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조장으로 있는 당 중앙 홍콩마카오 담당부서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측통들은 중국 정부가 19일 베이징(北京)에 오는 둥젠화(董建華) 홍콩특구 행정장관에 대한 재신임을 표시하면서 국가안전법 입법 시기를 조정하고 내용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법 제정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둥 장관을 해임하는 것은 홍콩 주민들의 요구에 중앙정부가 밀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둥 장관도 17일 “기본법 23조의 입법 이행은 홍콩 정부의 의무”라면서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홍콩이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사임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국가안전법 조례 조항별 쟁점
조항정부 초안야당 주장
반역죄중국과 전쟁 중인 외부 무장단체 가입이나 전복 기도, 중앙정부 위협 또는 축출 행위중앙정부 위협 또는 축출 행위 문구 삭제
중국에 나쁜 선입관을 갖게 하는 등 이적행위 반전 시위, 인도적 지원, 평화적 행동 제외
국가전복무력이나 중대범죄를 통해 중앙정부를 전복하거나 위협하는 등 중국 기본 제도 파괴행위국가 전복 의도 입증 때로 국한
분리운동무력이나 중대범죄를 통해 중국의 주권 일부를 분리하려는 모든 행위 위반 행위 구체화
폭동교사반역, 전복, 분리를 자행하기 위해 타인을 의도적으로 교사하거나 교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확대해석 여지 많아
폭동 교사 출판물 발간이나 배포 행위언론 자유 제약
국가기밀 절취국가안보를 위험하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는 국가기밀을 불법으로 공표하는 행위 정부 비리 은폐 악용 소지, 이미 공표된 정보 제외
단체불허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거나 범법 행위 자행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불허삭제
법 적용홍콩 영주권자가 홍콩을 벗어난 지역에서 위반할 경우에도 적용삭제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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