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항공노선 70~80% 운항 중단…관제사 등 항공노조 파업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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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제 개혁안 반대 시위와 파업으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가 27일에는 항공대란을 겪었다. 관제사와 공항 직원 등 항공 노조원의 24시간 파업으로 국내선 항공기의 80%가 운항이 중단됐다. 유럽 내 국제노선도 평소의 30%만 운항됐다.

이 때문에 샤를 드골 공항 등 프랑스 주요 공항에서는 승객들의 항의와 환불 소동이 이어졌다. 일부 승객은 여행 수단을 기차로 바꿨으며, 육로로 인근 벨기에 등으로 넘어간 뒤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도 있었다. 5개 교원 단위노조도 파업에 가세함으로써 일부 학교 수업이 차질을 빚었다.

이날 파업은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 내각이 28일 정부의 연금제 개혁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기에 앞서 실력행사를 벌인 것. 정부 최종안은 현행 연금 분담 기간을 37.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고, 노동자의 매년 연금 분담액도 늘리는 게 골자다. 정부는 이 개혁안을 다음달 의회에 상정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연금 개혁안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프랑스는 더 심각한 파업대란에 시달리게 된다. 프랑스 기간 통신인 프랑스텔레콤과 우체국 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다. 다음달 2일 저녁부터 지하철과 철도 등을 운영하는 국영철도(SNCF)와 파리교통공사(RATP)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벌일 예정. 3주간의 국가 총파업으로 국가 기간망이 마비됐던 1995년 사태가 재현되는 셈이다. 당시 알랭 쥐페 정부는 결국 연금개혁 의지를 접고야 말았다.

문제는 프랑스의 연금 재정 사정이 그때보다 심각하다는 데 있다. 현행 연금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2020년에는 500억유로(약 70조원)의 적자가 생긴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노조 연합인 프랑스민주노동동맹(CFDT)도 개혁안을 받아들였을 정도.

아직도 여론조사는 국민의 60% 이상이 노동계의 파업에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교원 노조가 대입시험까지 방해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크며, 납세자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파업 사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정부와 노조가 대립할 경우 정부가 물러서는 ‘노조 강국’. 그러나 이번만은 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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