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북경 의심환자 4000명 가택격리

  • 입력 2003년 4월 25일 19시 03분


《베이징(北京)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새로운 진앙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정부가 25일 주요 건물과 공공장소들을 폐쇄하는 등 연일 강도 높은 대응조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上海)가 사스 감염실태를 축소,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중국 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

중국 위생 당국은 베이징의 사스 확산 추이를 판단하는 데 최소 2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베이징의 철도역과 공항 등에는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줄을 이었으며 암표상들도 극성을 부렸다.

▽폐쇄 및 주민 격리 조치=베이징시는 사스 감염자가 20일 공식 발표 이후 날마다 100명 안팎으로 늘어나자 하이뎬(海淀)구 우다오커우(五道口)와 중관춘(中關村) 지역의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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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오커우는 사스 환자가 발생한 베이징대 등 대학이 밀집한 곳이며, 우다오커우와 인접한 중관춘에는 최근 한 빌딩에서 감염자가 집단 발병한 것으로 전해진 곳.

당국은 24일 베이징대 인민병원과 사스 환자 진료 병원인 디탄(地壇)병원도 폐쇄하는 한편 베이징 교외 창핑(昌平)구 샤오탕산(小湯山) 부근에 사스 환자 전문 수용 및 치료 시설을 이른 시일 내에 건립키로 했다. 베이징대 인민병원은 19명의 사스 환자가 발생해 전격적으로 폐쇄됐다. 베이징 교도소들도 외부와 폐쇄돼 직원 외출 및 가족 면회가 금지됐다.

당국은 또 사스 의심 환자들과 접촉한 4000명에 대해 집에 머물러 있을 것을 지시, 사실상 가택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택 격리 대상자와 지역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다음달 1일 시작되는 노동절 연휴동안 병원 허가증이 없는 고교 및 대학생들과 교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의 사스 확산 추이=중국 위생부는 24일 추가 감염자 125명 중 80%인 89명이 베이징 시민이며 추가 사망자 4명도 모두 베이징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누계에서는 광둥(廣東)성이 감염 1359명, 사망 49명으로 여전히 베이징의 감염 774명, 사망 39명보다 앞서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이 20일 발표 당시 감염 339명, 사망 18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

당국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앞으로 1주일간 베이징의 사스 확산이 절정에 이르고 최소 2주일 정도 더 지나야 계속 확산 또는 진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가 초중고교에 대해 2주일간의 휴교령을 내린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상하이의 축소, 은폐 의혹=상하이의 사스환자가 2명에 불과하다는 공식 발표와 달리 상하이에도 상당수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나 시당국이 국가기밀로 은폐하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25일 보도했다. 인구 1600만명의 중국 최대 경제도시로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사스 진원지인 광둥성에 인접해 있는데도 이같이 환자가 적은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

이 주간지는 상하이시 부시장 보좌관의 말을 인용, 중앙 정부가 이번주 초 외국인 투자자들의 철수 사태를 우려해 상하이를 ‘사스 없는 도시’로 선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는 상하이가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권력 기반이며 장 주석이 사스의 정확한 실태 공개에 반대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고 이 주간지는 풀이했다.

상하이를 방문해 조사 중인 세계보건기구(WHO) 볼프강 페이저 박사도 24일 “상하이에 사스 환자가 2명밖에 없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면서 “상하이에도 사스 경계령이 내려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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