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성직자 2명 사원서 피살

  • 입력 2003년 4월 11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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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코에이
알 코에이
이라크 중부 시아파의 성지인 나자프의 ‘이맘 알리’ 사원에서 그간 친(親) 사담 후세인의 입장에서 이 사원을 관리해온 성직자와 반(反) 후세인 입장의 종교지도자 등 2명이 10일 새로운 운영권 협의를 위해 만나던 중 군중 틈에서 암살됐다.

이날 변을 당한 반 후세인측 종교지도자는 이라크 시아파의 양대 가문 중 한 곳의 후손으로 10년간의 런던 망명생활을 마치고 최근 미군과 함께 귀국한 압둘 마지드 알 코에이다. 그는 최근 시아파 주민들에게 미국에 협력할 것을 촉구해왔으며 이맘 알리 사원을 그간 관리해온 성직자인 하이데르 알 카다르와 만나던 중 칼에 찔려 피살됐다.

일행이 이날 사원에 나타나자 일부 성직자들이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알 코에이씨가 권총을 꺼내 발사하자 격분한 성직자들이 두 사람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인은 10일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암살을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이라크 내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이날 피살된 성직자들은 후세인 정권의 붕괴에 따른 권력 공백 상태에서 희생된 첫 제물로 미영 동맹국이 앞으로 전후 재건과정에서 겪어야 할 위험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보도했다.

알 코에이씨는 시아파 종교지도자였던 그의 아버지 대(大) 아야툴라 압둘 카심 알 코에이가 1992년 가택 연금상태에서 사망한 뒤 런던으로 옮겨가 알 코에이 재단을 이끌었다. 미국은 수니파인 후세인 정권에 소외되어온 시아파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그의 귀국을 도왔다.

그는 10일 미군이 비행기로 나자프에 태워온 아랍권 기자들에게 이번 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며 사원에 대한 미군의 접근이 금지돼 개인 지지자들이 경호를 맡았다.그는 이라크 시아파 내에서도 대 아야툴라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의 영향력에 밀리고 있었다. 알 하킴씨는 이란 테헤란의 망명기구인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지도자로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알 하킴씨가 이란과 가깝다는 이유로 알 코에이씨를 끌어들여 왔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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