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린치일병 '영웅 만들기'…"영화 찍자" 전화공세

  • 입력 2003년 4월 6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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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
이라크군에 붙잡혔다 극적으로 구출된 미국 여군 제시카 린치 일병의 탈출기가 영화화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는 린치 일병에게 미국 상업주의가 분주한 손길을 뻗치고 있다고 가족들의 말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린치 일병 가족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업자들과 뉴욕의 출판업자들로부터 전화와 선물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뉴욕의 한 출판업자는 “린치 일병의 놀라운 이야기는 그와 가족뿐만 아니라 나도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며 린치 일병 가족과 접촉한 사실을 시인했다.

미국식 상업주의의 ‘전쟁 영웅 만들기’는 자주 있어온 일. 지난해 개봉한 영화 ‘비하인드 에너미 라인스(적진 한가운데)’는 99년 보스니아에 추락한 미군 스텔스기 조종사 구출기를 소재로 해 9·11 테러로 애국심이 고조된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린치 일병의 구출기는 애국심에 호소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절호의 소재다.

그러나 4일 치료 중인 딸을 만나러 독일로 떠난 린치 일병의 아버지 그레고리 린치는 “우리는 소박한 꿈을 안고 사는 작은 시골마을 사람일 뿐”이라고 말해 현재로서는 영화 제작이나 출판에 관심을 둘 형편이 아님을 내비쳤다.

그는 또 “우리도 제시카의 생포와 구출 과정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지만 현재는 딸의 건강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린치 일병 구출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이라크인 변호사를 만나면 “뜨거운 포옹으로 감사를 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린치 일병이 치료받고 있는 독일 란츠훌 군 병원 원장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대령은 린치 일병이 두 다리와 오른쪽 발목과 발, 오른팔에 골절상을 입었고 찢어진 상처도 있으나 총이나 칼에 의한 상처는 없다고 설명했다.

CNN방송 인터넷판은 이날 국방부 성명을 인용, 린치 일병을 구출할 당시 병원 내부와 주변 지역에서 시신 9구를 수거했으며 이 중 7구는 린치 일병 소속부대인 미 육군 제507 보급·정비중대 소속 병력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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