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證市 루머따라 '널뛰기'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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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센트를 움직인다면 루머는 달러를 움직인다.’

요즘 뉴욕 증시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이라크전이 임박한 데 따른 불안감, 추가 테러에 대한 공포 등으로 가뜩이나 움츠려 있는 주식 시장이 구체적인 수치나 분석자료 대신 사실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는 루머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그만큼 투자자들의 심리가 불안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저널(12일자)은 예전 같으면 황당무계하다고 무시할 루머들이 요즘 주가를 지배하는 주요소라고 전하고 최근 이로 인해 시장이 요동쳤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지난달 21일 오전 10시경. 자유의 여신상이 테러로 폭파됐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맨해튼 일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루머의 진원은 엑슨 모빌사 소유 유조선 내 화재.

9·11테러의 악몽을 재현이라도 하듯 검은 연기가 맨해튼 일대를 뒤덮자 투자자들이 이성을 잃고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전날 대비 100포인트나 내렸다.

이달 12일 오전 7시30분. 개장 전 주식시장 분위기는 침울했다. 유럽 시장은 연일 침체 속에 허덕이고 있었고 전쟁과 추가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개장 직전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BBC방송을 통해 보도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식 선물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앞서 5일에도 빈 라덴 체포설로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했다.

이 밖에 4일에는 뉴욕항에 테러범들이 항공모함을 갖고 침투했다는 루머가 한때 나돌아 증시 전문가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뉴욕 에너지시장의 거래중개업자인 케빈 맥도월은 “시장이 불안정하면 아주 사소한 이야기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적군의 항공모함이 뉴욕항으로 침투했다는 루머야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지만 모두가 9·11테러를 직접 눈으로 본 이상 이제는 아무도 그 가능성에 대해 전면 부인하지는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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